공정한 경쟁을 보장해 성실하고 열심히 일한만큼 보상받고 대우 받는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우리사회에선 노력한 만큼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혜택을 부여받지 못하는 불공정이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이 크게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 삶의 질에 대한 회의론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도 심각한 경쟁력 악화의 요인이란 점에서 여간 심각하지 않다.

최근 한국행정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에 나타난 한국청년들의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부정적 응답비율은 지난 2차 조사(1990∼1994년)때 8.4% 수준이었으나 7차 조사(2016∼2020년)에선 20.8%로 두 배 이상 늘은 것으로 나온다. 불안한 미래에 희망마저 잃어가는 한국 청년들의 자화상으로 같은 기간 미국, 일본, 멕시코 등 다른 국가 청년들의 부정적 비율이 한국보다 낮은 수준에서 감소추세를 보였다. 특히 중국은 2차 조사 때 35% 수준이었던 것이 7차 조사에선 10% 수준으로 대폭 낮아져 우리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여기에 타인에 대한 신뢰도 역시 악화일로다. 연구원의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다른 사람을 신뢰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2013년 71.4%에서 2020년 44.9%로 26.5%포인트나 감소했고 이중 2020년 조사에서 나타난 19∼29세 청년층은 절반이 넘는 54.4%가 ‘다른 사람을 신뢰할 수 없다’는 답을 내놨다. 한국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과 심해지는 불공정으로 인한 패배감에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들고 있고 타인에 대한 믿음과 신뢰마저 부정하는 불신의 시대에 힘들어 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반칙과 특권, 부정부패로 무너진 서민경제를 바로세우고 부의 불평등 해소를 위해 성장의 과실을 정당하게 나누는 ‘공정경제’를 약속했었다. 하지만 정권을 마무리하는 지금 이에 대한 청년들의 평가는 ‘오히려 악화’에 방점을 찍었고 이후의 과제는 이제 새 정부로 넘어가게 됐다.

원칙의 바로 세우기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가서는 안 될 일이다. 새 정부 5년, 이 지표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시급한 이유다. 지금까지의 추진과정을 재점검하고 국민의 믿음을 회복하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공정이 무너진 사회에 어떤 가능성을 제시할 것인지 지금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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