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비전(vision)은 활용도가 많은 단어다. 어원은 라틴어 videre 즉 ‘보다’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단어는 이후 여러 뜻이 더해진다. 고대 프랑스어에서는 꿈이나 초자연적 감각이라는 의미가 추가됐고 중세 영어에서는 상상이라는 뜻도 갖게 됐다. 현대 영어에서는 보통 세 가지 정도를 이야기 한다. 시력과 종교적 체험이나 환상, 미래에 대한 소망 등이다.

여기서 파생된 단어가 비저너리(visionary)다. 문법적으로는 비전의 형용사형인데 명사로도 쓰인다. 이때는 비전을 가진 사람이 된다. 남들보다 더 멀리 보는 능력 다시 말해 미래를 생생하게 눈앞의 그림처럼 보는 능력을 가졌다. 이를 미래 기억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구체적으로는 좋은 뜻에서 선지자라는 의미와 몽상가, 공상가, 꿈꾸는 사람 등의 뜻도 가진다.

선지자는 특히 기독교에서 중차대한 역할을 하는 캐릭터다. 성서에는 선지자(여기서는 prophet이라는 단어를 주로 쓴다)들이 등장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다. 이들은 하나님의 섭리에 따라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즉 선지자는 하나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순종해 하나님의 나라를 향해 나아가는 위대한 사람들이다.

비전은 특히 리더십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뤄진다. 비전 리더십이란 지도자들이 미래를 읽고 전망을 제시하고 자발적으로 따르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많이 인용되는 구절이 있다. 바로 생텍쥐페리가 ‘어린 왕자’에서 한 말이다.

“당신이 배를 만들려면 벌목공을 불러모아 나무를 베도록 하고 목수를 시켜 일감을 나눠주는 식으로 하지 마라. 그 대신 사람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를 동경하게 하라.”

‘걸리버 여행기’를 쓴 조나단 스위프트는 이렇게 언급했다.

“비전은 남들에게 안 보이는 것을 보는 기예이다.”

비저너리 리더야말로 오늘과 같은 혼돈의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지도자라고 하겠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12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자동차 업계 최고의 혁신가로 선정했다. 뉴스위크는 정 회장에게 ‘올해의 선지자(Visionary of the Year)’상을 수여한다고 이날 밝혔다. 시상 이유로 뉴스위크는 “정 회장의 리더십과 담대한 미래 비전 아래 현대차는 모빌리티의 가능성을 재정립하고 전기차, 로보틱스, 미래 항공 모빌리티를 통해 인류에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의 수상을 계기로 비저너리 리더십을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비전과 꿈이 희미해졌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경제계는 물론이고 정치, 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모두가 공감하는 비전 제시가 없다는 것이다. 종교적 선지자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선견지명의 지도자를 갈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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