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현대 민주주의 정치의 메카나 다름없다. 누구나 프랑스하면 떠올리는 프랑스 대혁명은 이 나라의 정체성이자 긍지다. 정당이 세계 최초로 태동한 곳도 바로 프랑스다. 대혁명기 보수파를 우파로, 진보파를 좌파로 부르는 정치 용어 역시 프랑스가 원산지다. 오랜 역사에 걸맞게 프랑스 정치는 정당 정치의 전형이다.

그런데 프랑스 정치는 언뜻 보기에 좀 혼란스럽다. 현대 정치사를 보면 그런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다. 프랑스는 현재 제5공화국 시대다. 1958년 대통령 권한 확대와 의회 역할 축소를 특징으로 하는 헌법 개정이 이뤄졌고 그 체제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 전 공화국들에서 정치적 혼란이 꽤 심했다. 공화정과 왕정이 오락가락 했다. 그런가 하면 여러 정당의 난립 속에 의원내각제를 실시해 정국이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진 적도 있었다. 제3공화국 때 70년 동안 무려 109차례나 내각 총사퇴가 이뤄질 정도였다.

제5공화국 들어 극심한 정치적 불안은 어느 정도 안정되기 시작했다. 성향이 제각각인 정당의 난립은 이어지고 있지만 대통령제가 자리를 잡았고 의원내각제의 요소가 가미되면서 나름 합리적인 정치체제를 갖췄다. 이를 반(半) 대통령제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지금의 마크롱 대통령 당선은 프랑스 정치사에서 또 하나의 ‘사건’이었다. 2017년5월 프랑스 대선은 제5공화국 정치사에 유례가 없는 결과를 보여줬다. 신당 중도 후보 엠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사회당과 보수파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됐다. 그간 프랑스 정치는 좌파 사회당과 우파 공화주의 정당들이 번갈아 가며 정권을 차지했다. 그런데 새로 정당을 만든 마크롱이 이 전통을 깨고 대통령이 된 것이다.

지난 10일 프랑스 대통령 선거 1차 투표가 있었다. 결과는 마크롱 대통령은 27%, 극우 성향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는 24%의 득표율로 1.2위에 올랐다. 두 사람은 오는 24일 결선투표에서 맞붙게 됐다. 모두 과반 득표에 실패했기에 결선을 통해 당락을 가리게 된 것이다. 당초에는 마크롱 대통령이 낙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막판 젊은 층들이 르펜을 지지하면서 박빙 승부로 변했다.

프랑스는 민주주의 본산이다. 그런 만큼 전 세계의 이목은 프랑스 대통령 선거 결과에 집중되고 있다. 한국은 전형적인 양당체제다. 다수 정당들이 경쟁하는 프랑스와는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주목되는 것은 프랑스가 중도 공화국이 되어간다는 점이다. 극우나 극좌를 제외하고는 양쪽에 편향되지 않고 정파별 차이가 거의 구분이 어려울 정도다. 어느 나라건 극단적 정치 이데올로기는 점차 힘을 잃어가는 듯하다. 다만 마린 르펜이 그 예외가 될 것인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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