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상상의 동물인 유니콘이다. 로마 정치가이자 학자인 플리니우스는 “몸통은 말과 같으나 사슴의 머리를 갖고 있으며, 코끼리 발, 멧돼지의 꼬리가 달려 있다. 이마 한복판에는 한 개의 검은 뿔이 돋아나 있는데 그 길이가 두 큐빗에 이른다.”고 썼다. 후일 사가들은 유럽이 이런 동물을 상정한 것은 아프리카 코뿔소의 존재가 와전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런데 이 유니콘이 얼마 전부터 전 세계를 휘젓고 다닌다. 2013년 벤처 투자자인 에일린 리가 이 전설 속 동물을 현대로 소환했기 때문이다. 그는 창업 10년 이내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유니콘이라고 불렀다. 이런 성취를 이루기가 상상 속 유니콘과 같이 희귀하다는 취지였다.

유니콘 기업은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한창인 지금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인터넷 확산이 큰 힘이 됐다. 앞으로도 자율주행차나 핀테크, 헬스 케어 등 유망 종목들이 많아 유니콘은 제2 벤처 붐을 능가하는 추세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돋보이는 유니콘 기업은 단연 중국의 바이트댄스다. 유니콘 기업 랭킹 1위다. 작년 말 기준으로 기업가치는 1천4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어마어마한 몸집이다. 유니콘의 기준이 10억 달러이니 그 기준의 100배 이상에 해당하는 데 이를 헥토콘이라고 부른다. 이런 유니콘 기업은 전 세계에서 바이트댄스와 스페이스X 둘뿐이다. 바이트댄스는 인공지능 콘텐츠 스타트업이다. 글로벌 인기를 누리는 틱톡을 운영하는 회사다. 2012년 진를터우탸오가 세운 이 기업은 일본의 손정의 등 글로벌 자산가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단기간에 사업규모를 늘렸다. 틱톡은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잘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유니콘 무대에 명함은 내민 상태다. 최근 중기부가 발표한 ‘2021년 국내 유니콘 기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유니콘 기업은 모두 18개에 달한다. 이는 역대 최고수치다. 2017년 3곳에서 대폭 늘어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959개라는 통계가 나와 있다. 우리나라는 유니콘 기업 숫자는 기준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세계 10위에 해당한다고 한다.

국가 경제력이나 IT기술 수준으로 보아 유니콘 기업 숫자나 기업가치는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보다 앞 순위에 중국, 인도, 브라질, 싱가포르 등이 버티고 있다. 뒤처진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투자 부족과 관련 서비스에 대한 규제 등을 거론한다. 유니콘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서식지 즉 산업생태계를 가꾸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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