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3월 우리나라 언론들은 안타까운 소식을 전한다. 그해부터 현대자동차가 미국으로 수출한 포니엑셀 승용차 중 일부에서 부품 결함이 발견돼 회수조치가 취해졌다는 것이다. 당시 약 2만대 가량이 미국 시장에서 팔린 상황이었다. 이런 현상은 그 후로도 상당 기간 지속됐다. 그래서 현대차에게는 ‘바퀴 달린 냉장고 · 세탁기’, ‘싸구려’, ‘일회용 차’ 등의 불명예스런 별명들이 붙었다.

당시로서는 한국 자동차의 수출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포니는 1976년 현대차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고유 모델이다. 이전에는 외국 자동차 회사의 부품을 들여다가 조립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나마 조립마저 완전치 못해 비웃음의 대상이 됐다. 한국 기술진들은 이런 수모를 이겨내고 기술개발에 피땀을 흘렸다. 모자라는 기술은 외국인들에게 배웠고 디자인도 해외 전문가들에게 맡겼다.

그러다가 포니가 만들어지자 일본이나 미국 등 자동차 선진국들은 또 코웃음을 쳤다. 아닌 게 아니라 포니의 상품성은 많이 떨어졌다. 고유모델이라지만 핵심인 엔진은 우리 기술이 아니었다. 일본에서 기술을 들여왔다. 그나마 쉽게 기술을 내주지 않아 한국 기술진들은 일본인들의 어깨너머로 기술을 익혔다고 한다. 호평을 받았던 디자인은 이탈리아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것이었다.

그러나 판매실적은 좋았다. 출시 첫해인 1976년 판매량은 1만여대로 국내 판매량의 40%를 차지했다. 또 중남미의 에콰도르에 6대를 수출하는 쾌거를 거뒀다. 그러나 까다로운 미국 시장의 기준에는 미치지 못해 1986년에야 겨우 미국에 상륙했던 것이다. 미국에 진출한 포니 엑셀은 온갖 악평에도 불구하고 첫해에만 16만대를 팔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그 다음해에는 26만대에 이르렀다. 미국 소형차 시장에서 1위에 해당하는 실적이었다. 하지만 그저 내세울 것이라고는 가격뿐이었다.

그런 현대차 그룹이 미국 자동차 품질조사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미국 JD파워가 10일 발표한 ‘2022 내구품질조사’에서 기아는 전체 1위를, 제네시스는 고급 브랜드 1위를 차지했다. 이 조사는 차량 구매 후 3년이 지난 고객들을 대상으로 내구품질 만족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눈에 띄는 것은 현대의 제네시스가 일본의 그 유명한 렉서스를 제치고 최고의 자리를 꿰찼다는 사실이다.

미국 소비자들의 고급스런 취향에 비춰보면 대단한 일이다. 더 기대를 모으는 것은 친환경차나 자율주행차 등 첨단 기술에서도 우리나라가 선두 그룹에 속해 있다는 점이다. 물론 기술 경쟁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생존싸움이다. 한시라도 방심했다가는 도태되고 마는 살벌한 전장이다. 그래도 오늘의 성취는 모두 함께 즐겨도 될 경사 중 경사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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