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계획적인 삶과 거리가 멀었다. ‘미래의 나’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멋진 미래는 결국 좋은 과거에서 나온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진문화공간 박영준 예술감독은 스스로 “나는 과거의 결과에 살고 있다”고 정의했다. 그렇기에 좋은 과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멋진 미래를 만드는 것보다 좋은 과거를 축적해놓는다면, 결과적으로 괜찮은 미래가 따라오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백인청춘예술대상을 수상한 박영준 감독과 4일 우진문화공간에서 만났다.

박 감독은 소문대로 호쾌했다. 긍정적인 사고와 폭넓은 수용력을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지난 2019년 시작된 ‘백인청춘예술대상’은 지역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청년예술인에게 귀감이 되는 중견예술인에게 주어지는 민간 예술상이다.

박 감독과 함께 유대수 목판화가가 선정됐다.

이날 박 감독은 “아직 제가 이 상을 받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시상식 당일 현장에서 만난 뮤지션들의 면면을 보고, 반성하게 됐다고도 덧붙였다. 

“그날 시상식에 온 뮤지션 분들을 대부분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그분들은 저를 알고 이렇게 추천해주셨다는 게 감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반성하게 됐어요. 제가 우진문화공간 안에서만 열심히 활동해왔던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죠. 평소에 ‘교류’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저는 그들에게 다가가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는 상을 타서 기쁘기보다, 앞으로 전주라는 문화의 숲을 어떻게 가꿔나가야 할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거창한 계획은 아니지만, 우선 우진문화재단이라는 숲을 꾸준히 가꿔가겠다고 밝혔다.

내 옆에 있는 직원들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도울 수 있는 동료가 되는 것. 그렇게 차근차근 문화예술의 터전을 가꿔가다 보면 먼 미래에는 ‘전주’라는 문화의 숲을 조금 더 울창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제 인생 멘토인 우진문화재단 김경곤 회장님처럼 이곳에서 능력을 키워서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싶어요. ‘지역의 예술인들이 잘됐으면 좋겠다’. ‘그들을 위해 내가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는 선한 마음으로 뿌린 씨앗들이 자라면 훗날 전북에는 선한 예술가들이 많아질테니까요.”

경쟁에 매몰되지 않은, ‘선한 영향력’을 논하는 예술가가 지역에 있다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배우에서 조명감독으로, 다시 예술감독으로 탈바꿈하며 17년간 지역 예술인들의 벗으로 살아온 그가 그려낼 문화의 숲은 어떨지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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