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석산미술관이 4기 입주작가 이호억 성과 보고전을 13일까지 진행한다. 

이호억 작가는 고립과 단절을 표방하며, ‘극단의 고립’을 캔버스에 담았다. 

지난 2019년 갤러리 에무의 전시에서 나타났던 은둔과 은일이라는 감정과는 맞닿아 있는 듯 하지만, 이번 작품들은 그 이후 폭발로서 세상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바람의 뼈’ 연작은 작가가 제주도에 은둔하며 직접 사생한 우도의 풍광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섬으로 둘러싼 바다가 파도치는 것처럼 섬 자체를 꿈틀거리게 표현한 그의 감각은 자연의 생명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형태 같다는 느낌을 준다. 

자연과의 소통으로 내면 심리를 독창적으로 표현하는 그이지만, 사람과는 소통하기 어려워 고립감을 작품으로 승화했다.

작가는 자신이 느낀 ‘고립감’을 승천하는 용으로, 다시 폭발하는 구름으로 나타냈다.

정형화된 예술 속 틀을 부수고, 파격으로 진일보한 작품을 매번 선보이고 있는 이호억 작가.

이번 보고회에서도 예술혁명가의 면보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사군자 그림을 연상케 하는 작가의 작품 ‘무진승천’ 속 소나무와 대나무들은 언뜻 파격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는 마치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만화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모티브들이 뜬금없이 들어가 있다.

이러한 ‘뜬금없음’은 작가의 예술가적 감각으로 이질감은 느낄수도 없다. 

모란꽃 같기도 하고, 석류 같기도 한 형태가 온전한 전통적 소재 속에서 급작스레 폭발의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억눌린 무엇인가를 분출하지 않고서는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 미쳐버릴지 모른다는 작가의 충고처럼, 묵시적으로 혹은 해학적으로 그려냈다. 

우석대학교 주수완 조교수는 비평가 매칭을 통해 “전시장에 걸린 그의 대형 작품들 사이를 거닐고 있다 보면, 마치 원시림에, 바다에 나와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며 “철학에 따라 현장에서 그림을 그리는 그 생생함이 그림 속에 배어있기 때문이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의 그림은 묘하게 파괴적이며, 묘하게 생명적이다. 어쩌면 힌두교의 시바신을 닮아 있다. 그 틈 사이에서 우리의 아픔을 읽고, 우리의 감정적 해소를 읽는다면, 우리는 이미 이호억 작가와 소통하고 있는 거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연석산미술관 2스튜디오에 머물며 창작활동을 펼쳐온 이호억 작가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한국회화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 일반대학원 한국회화과 석사를 졸업하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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