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

“사실 뉴요커들은 자신들이 필요한 것을 그때그때 만들어냈고 필요에 따라 이용을 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아는 게 뉴요커였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게 뉴요커였다. 지금은 개를 산책시켜 주는 독 워킹 서비스맨이 있고, 여자를 안아주는 스너글러가 있지만 조금 지나면 이보다 더한 직업이 생길 수 있었다. 사람의 몸을 안아주는 직업이 아닌 사람의 마음까지 안아주는 직업이 생겨날 수 있는 곳이 뉴욕이었다. 심지어 개까지 안아주는 스너글러가 등장할 수 있는 곳이 뉴욕이었다.”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써내려간 소설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앤드출판사)’는 30대 불법체류자 데이비드 장과 70대 뉴요커 여성 마거릿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인 불법체류자인 장은 부품 꿈을 안고 한국에서 뉴욕으로 건너왔다. 그러나 취업 사기로 돈도 이류고, 희망도 잃은 채 꾸역꾸역 살아간다. 설사가상 아버지마저 미국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된다. 몸도 마음도 모두 지친 그에게 남은건 불법체류자라는 신분과 연인 데이지, 그리고 스너글러라는 직업이 전부다. 꼬질꼬질한 보스턴백에 베개 하나를 넣고 뉴욕 거리를 배회하며 돌아다니는 장은, 하룻밤 동안 외로운 사람들을 찾아가 안아주는 ‘스너글러’ 일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간다.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백인 할머니 마거릿에게 청혼, 결혼을 결심하게 되는 장.

남편과 사별한 70대 뉴요커 마거릿은 영주권 획득을 위해 결혼을 제안한 장의 의도를 뻔히 다 알지만, 흔쾌히 결혼을 수락한다. 사랑이 뭐 특별한 건가? 싶은 마거릿은 나쁘지 않은 거래로 받아들이고, 나중엔 사랑의 마음으로 장이 원하는 것을 준다.

“처음에 데이비드는 내게 철새 같은 방문객이었어. 그런데 어느 때부터 데이비드를 부를 때면 마음이 설렜어. 데이비드를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하던지. 데이비드가 오는 날은 목욕을 하고 가장 아름다운 잠옷을 입었지. 늙은이 냄새가 날까 봐 이도 두 번씩 닦았어. 가끔은 질투도 했지. 다른 여자를 안아주러 간 게 아닐까 하고.”

장도 시간이 갈수록 수많은 여자를 안았을 때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마거릿에게 느끼기 시작하고, 마침내 ‘사랑’이라는 감정에 사로잡힌다. 장과 마거릿은 그렇게 낯설지만 부정할 수 없는, 전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사랑으로 빠져들며 독자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진짜 사랑이 뭔지’, ‘사랑이라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는 가난과 불확실한 미래, 노년의 외로움 등 장과 마거릿이 지닌 결핍이 특별한 관계를 만들었고, 그 관계 속 사랑과 인생을 솔직하게 조명한다.

이 책은 2016년 ‘문학사상’과 ‘작가세계’ 신인문학상에 동시에 단선돼 문단에 주목을 받은 고요한 작가의 신작이다. 작가는 전북 진안에서 태어나 원광대학교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지난해 첫 소설집 ‘사랑이 스테이크라니’를 출간한 바 있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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