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귀리가 섞인 잡곡밥과 대궁이 굵은 아욱국과 깨 기름을 두른 감자전과 곰삭은 밴댕이젓갈로 밥을 먹고 있는데 하늘인 양 바람벽에 높이 떠서 내려다보고 있는 어머니가 이것저것 먹을거리 가탈부리지 말고 무엇이고 잘 먹고 잘 삭이면 살이 되는 것은 어김없이 살로 가는 법이고 뼈가 되는 것은 뼈로 가는 법이라고 타이르신다//나는 잘 먹고 숭늉을 마셨다.” (‘시장에 나가보면 싼시 짠시가 널려있다’ 전문)

김남곤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詩場에 나가보면 싼시 짠시가 널려있다(신아출판사)>가 출간됐다.

평생 언론계와 문단에서 꼿꼿하게 살아온 시인의 웅숭깊은 삶이 담겨있는 시집이다.

그는 책머리에서 “나도 비록 끝물이라서 때깔은 그리 곱지는 않지만 구석자리 하나 펴놔봤다. 그러나 이제 낡은 갓 챙겨 쓰고 짐 지고 나간다는 게 버겁고 부끄러울 뿐이다”고 했다.

시대를 살아오면서 ‘그르다고 생각하는 옳음도 옳다고 생각하는 그름도’ 죄짓는 말 같아 ‘부형청죄’하는 심정으로 살고 있다는 그는 이 시집에 마음을 풀어놓았다.

완주 출생인 김남곤 시인은 1979년 시와 의식으로 등단했다. 전북문인협회장, 전북예총 회장을 역임하고 전북문학상, 목정문학상, 전북문화상, 증산문학상, 한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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