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말부터 근대기까지 전북 예술의 흐름을 확인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국립전주박물관(관장 홍진근)이 지난 13일부터 상설전시관 역사실에서 서화 문화재를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전시 작품은 석정 이정직(1841~1910)의 ‘행서 8폭 병풍’을 비롯하여 석지 채용신(1850~1941)의 ‘안재호 초상’, 추당 박호병(1878~1942) ‘산수도 10폭 병풍’>, 우당 조중태(1902~1975)의 ‘화조도 8폭 병풍’, 전 이형록필 ‘책가도 병풍’이다.

석정 이정직은 조선 말기에 활동한 전북의 대표적인 학자이자 서화가이이며, 칸트와 베이컨 철학을 조선에 처음으로 소개한 철학자이기도 하다. 이정직은 김제에 거주하며 후학을 양성하였으며, 전북의 예술을 한 층 높이 끌어올린 인물이다. 이번 전시에 공개된 이정직의 ‘행서 8폭 병풍’은 이아(爾雅), 석명(釋名), 예기(禮記)와 같은 고서에서 언급된 효에 관한 내용을 모아둔 것으로 1892년 9월에 제작되었다.

석지 채용신은 조선 말기에서 일제강점기를 걸쳐 활동한 화가로 1906년 관직을 마친 후 전주로 낙향하여 여러 인물의 초상을 그렸다. 1910년을 전후하여 그는 우국지사와 의병활동을 하였던 인물들의 초상을 남기기도 하였다. 채용신이 그린 ‘안재호 초상’은 1912년 안재호의 아들 안요묵에 의해 안재호 사후에 주문 제작된 작품이다. 안재호1821~1873)는 정읍 태인의 유학자로서 효행이 뛰어나, 1893년 6월 30일 정읍 신태인에 그의 효행을 기리는 정려각(旌閭閣)이 세워지기도 한 인물이다.

한편, 이번 전시에는 전북 서화계의 또 다른 사제지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두 작품이 전시되어 시선을 끈다. 바로 추당 박호병의 ‘산수도 10폭 병풍’과 우당 조중태의 ‘화조도 8폭 병풍’이다.

추당 박호병은 부안 출생의 화가로,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사군자로 연속 4회 입선하면서 서화가로서의 명성을 얻기 시작하였다. 그는 이하응에게 가르침을 받았으며 안중식·조석진 등의 중앙 화단의 서화가들과 교류하며 작품 활동을 하였다.

추당 박호병에게 그림을 배운 우당 조중태는 부안 출신의 화가이다. 그는 한국전쟁 발발 이후 전주로 내려온 묵로 이용우(1902~1953)와 교류하며 그림을 배우기도 하였다. 한국의 전통화풍과 일본 화풍에 모두 능숙하였던 조중태는 전북 지역에서 교육 활동에 전념하며 후학을 양성하였다.

아울러 전 이형록 필 ‘책가도 병풍’이 전시되었다. 이형록(1808~?)은 조선후기의 화원화가다. 이형록은 1864년 이응록(李膺祿)으로 개명하였는데, 이번에 전시된 작품의 좌측 두 번째 폭에 그려진 인장에는 ‘이응록인(李膺祿印)’이라 쓰여 있어 이형록의 개명 후 이름이 사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홍진근 국립전주박물관장은 “이번 교체 전시를 통해, 이정직의 서예작품뿐만 아니라, 채용신의 초상화, 박호병과 조중태로 이어지는 산수·화조도 등 조선 말부터 근대기까지 전북 예술의 흐름을 확인할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라며, “다가올 여름을 맞이하여 박물관에 방문하셔서 아름다운 서화작품을 감상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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