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6~7월이 되면 말년 공무원들은 '공로연수'와 '명예퇴직'을 놓고 저울질 하며, 공직사회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나온다. 내부적으로 공로연수자 수만큼 직급별로, 또는 연쇄적으로 승진을 할 수 있어 인사적체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지만, 만 60세까지 계속 근무하길 희망하는 공무원들은 '후배 자리 뺏는 선배'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발생으로 경제적 위기가 심화되자, 공무원 공로연수제 폐지에 대한 여론도 거셌다. 이처럼 공로연수제 시행을 놓고 오랜 시간 찬반양론에 휩싸여 있는 만큼,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요구된다.

▲공무원 공로연수제 도입
공로연수제는 퇴직을 앞둔 공무원을 대상으로 사회적응 훈련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993년 도입됐다. 출근을 면제해 주고, 통상 급여의 7~80%(수당 제외)를 지급한다. 정년 퇴직일을 기준으로 5급 사무관 이상은 1년, 6급 이하는 6개월 이상 1년 이내에서 본인 희망에 따라 연수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자격증 취득 등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 제공 없이 연수를 개인 자율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24일 도에 따르면 전북도청의 경우 올 7월 정년을 6개월에서 1년 남겨 두고 공로연수에 들어가는 공무원은 25명에 이른다.

▲공로연수제 '찬반양론' 입장
6월 말 공로연수에 들어가는 사무관 A씨는 '더러운 꼴 보기 싫어서' 자리를 옮겼다고 했다. 정년을 2년 앞둔 지난 2019년, A씨는 승진 대상자 순번에 들었다.

A씨는 당시 승진 대상자 순번이었고, 일도 열심히 했기에 승진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공로연수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A씨를 승진시키기엔 조직 전체에 부정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다.

도 관계자는 "공로연수가 임박한 분들을 승진시킬 수 없는 이유는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공백이 생길 수 있어서다"라며 "정년이 1~2년 남짓 남은 분들이 승진하게 되면 대부분 일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져 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소수직렬에 있는 공무원 중에서 공로연수 6개월 앞두고 승진하는 사례도 있었다"며 "이는 가용자원이 없어, 조직운영에 저해가 될 수 있어 탄력적으로 승진을 시킨 케이스"라고 덧붙였다.

6급 공무원 B씨도 고민이 하나 있다.

6급 이하 공무원은 공로연수제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B씨는 만 60세까지 일을 하고 싶다. 그러나 임기를 다 채운다면 인사 적체가 불 보듯 뻔해 공로연수를 생각하고 있다.

B씨는 "그간 선배 공무원들이 약속처럼 이어오던 관례를 역행하는 것이 공직사회 풍토를 거스르는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며 "6급 이하의 경우에는 많은 분들이 계속 일을 하지만, '혹시' 하는 부담감도 있다"고 말했다.

B씨의 입장에 대해 도청의 한 공무원은 "공직생활 이후 6개월 정도 사회적응 기간은 필요하다. 만약 정년까지 임기를 수행하면 승진대상자들의 인사 적체도 심해질 뿐더러, 후임 업무 인수인계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공로연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공로연수제에 대한 비판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솔직히 공로연수에 들어가면 소일을 하거나 친구를 만나면서 시간을 보낸다"며 "공무원 공로연수의 행태를 보면 예산과 인력을 이렇게 낭비해도 되는지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공무원은 "공로연수제를 없애고, 희망하는 공무원은 정년을 맞는 날까지 명예롭게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며 "대신 이들의 사회 진출 준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의 다양화 등 보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렇듯 수십년 째 공무원 공로연수제를 두고 의견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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