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천제에 관한 기존의 조사·연구 성과를 분석한 결과, 국가 차원의 천제와는 달리 마을 천제는 마을 구성 요소와 환경, 주위 여건 등을 고려한 종교적 기능을 수행하기에 특정 영역을 관장하는 산신이나 서낭신과는 달리 다양한 종교 기능을 수행하는 마을 천제로 자리매김하여 전승되고 있다.”(<한국의 마을 천제> 141쪽)

우리나라 마을제사와 의미와 형태 기능을 총망라한 <한국의 마을 천제>(모시는사람들)가 출간됐다.

일반적으로 ‘천제(天帝)’는 황제국인 ‘중국’에서 황제만이 지낼 수 있는 제사로 여겨져 왔고, 그래서 조선에서도 ‘대한제국이’ 성립된 이후에야 원구단(?丘壇)을 지어서 천제를 지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찍이 건국신화 단계에서 이미 천제(天祭)가 민족의 가장 중심이 되는 의례였고, 민족공동체 구성원 전체가 참여한다는 점에서 중국의 천제와는 그 결을 달리하는 천제 전통이 살아 있었다. 성리학 중심으로 또 사대주의를 기본으로 국가 통치를 해온 조선 시대를 거치면서 국가적 규모와 차원의 천제 전통은 잠복하고 말았으나, 민중들이 주도하는 천제는 면면히 이어져 왔다.

그리고 ‘천제’라고 하는 마을, 혹은 지역 공동체 차원의 제사 문화가 거의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오늘날에도 그 전통은 곳곳에서 여전히 살아서 실행되고 있고, 그 흔적으로 남아 있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많다.

<한국의 마을 천제>는 여전히 설행되고 있는 마을 제사에 대한 지난한 현장 조사를 거쳐 나올 수 있었다. 특히 이 책이 주로 주목하는 마을에서 모시는 천신(天神)을 비롯하여 천왕(天王)과 산신(山神) 및 성황(城隍) 등에 대한 다양한 형태, 다양한 주체에 의한 제사를 포괄적으로 민중이 중심이 되는 하늘제사(天祭)로 보고 최대한 망라했다.

저자는 오랫동안 이 부문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오는 가운데 최근 3년간에는 집중적으로 현장 답사를 실시하여, 마을 천제를 지내는 시기와 장소, 마을별 천제단의 형태, 마을 천제에서 모시는 신령의 기능과 그 의미 등에 대한 조사 연구를 수행했다. 나아가 지역별 천제의 전승 양상과 종교적인 기능까지도 조망했다.

이 책에는 마을 천제에 대한 풍부한 사진 자료가 담겨 있다. 충남 부여 은산면 금공리 천제단이나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초곡리 천제단, 전북 정읍 웅동면 매정리 내동마을 당산 내 제단을 비롯하여 전남 여수 화정면 개도리 천제단 및 경북 울진군 서면 쌍전리 대봉전(大鳳田) 마을 천제단, 그리고 부산시 장산 천제당 등까지 전국 각지의 천제단의 모습을 담고 있다. 아울러 제단의 모습 및 의례에 대한 절차 등에 대한 기록 또한 담고 있어, 마을 제사에 관심 있는 연구자를 비롯하여 일반 독자들에게 충분한 기초자료와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은 원광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가 기획하고 김도현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이 썼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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