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 방수미-송봉금 "공감하고, 위로받고"

‘창작산실 올해의 레퍼토리 지원 선정’ 두개 단체 대표를 만나다 이병재 기자l승인2021.01.13l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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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수미  '콜비츠와의 대화'

판소리앙상블 하랑가의 소리극 '콜비츠와의 대화'와 모던판소리의 창작음악극 ‘꽃 찾으러 왔단다’가 202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올해의 레퍼토리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지역에서 소리를 기반으로 창작 활동을 하는 두 단체가 동시에 창작산실에 선정되는 일은 처음이다. 또 두 작품은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2020 무대작품제작지원사업 선정 작품이다. 연초부터 거침없는 도전을 펼치는 두 단체 대표, 방수미(48·하랑가)와 송봉금(34·모던판소리)을 11일 만났다.

‘꽃 찾으러 왔단다’는 우리의 아픈 역사인 위안부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전주 왜망실에서 태어나고 자란 4명의 소녀가 꽃다운 18세의 나이에 군복 만드는 공장에 가자던 일본군 손에 강제로 이끌려 고향을 떠나게 되지만, 정작 그들이 도착한 곳은 군복 만드는 공장이 아닌 군인 받는 공장으로, 이후 4명의 여인이 겪게 되는 시대의 아픔이 고스란히 작품에 담겨있다.

▲ 송봉금 '꽃 찾으러 왔단다'

“몇 해 전 전통놀이 관련 학자께서 우리가 흔히 부르던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가 위안부로 유인할 처녀를 ‘꽃’으로 묘사한 얘기라고 발표하는 것을 들었다. 착취를 놀이화했다는 무서운 얘기였다. 마침 안선우 작가께서 대본을 맡아주셔서 준비에 들어갔다. 자력으로 공연을 올리려고 준비하던 중 ‘초연 작품’만을 지원한다는 무대작품제작지원사업에 선정돼 지난해 8월 공연했다.”(송봉금)

독일의 판화가 케테 콜비츠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급격한 근대산업도시로의 변모로 인한 독일 사회의 빈곤, 실업, 기아, 질병 등 많은 사회적 문제를 직시한 예술가다. ‘콜비츠와의 대화’는 소리꾼이 시공간을 넘나들며 콜비츠와 조우한 이야기를 담은 공연으로, 콜비츠의 절망, 분노, 그리고 슬픔의 이면이 결국 인간 내면의 따스함과 맞닿아 있음을 표현한 전통예술 공연이다.

“19세 때 콜비츠의 판화 작품을 보고 충격받은 황호준 작곡가께서 제안한 공연이다. 오랫동안 이 공연에 적합한 여자 소리꾼을 찾았던 황 선생님이 저를 보고 ‘콜비츠’를 권했다. 이후 콜비츠에 관한 책을 읽고 준비하며 그녀에 대해 공감하게 됐다. 같은 시대 사람들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콜비츠의 삶은 코로나 19로 인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싶다는 저의 생각과 비슷했다. ‘힘들게 연주하는 후배, 코로나로 힘든 사람을 예술로 어떻게 위로해주지’ 공감했다. 황호준 선생님은 이 작품을 위해 한 달간 전주에 상주하며 같이했다.”(방수미)

공연을 준비하던 방수미에게 콜비츠는 그 시대 무당같아 보였다. 죽은자, 노동자와 농민 배려하는 만신같은 느낌, 나이 들면 자신도 이런 모습일까? 측은한 그 여인을 잘 보내고 싶었다.

“창극 ‘지리산’의 노고 할매 때 힘들었다. 몸이 아파서 죽을 것 같았다. 무기력한 신과 그 앞에서 기도하는 사람들, 연습 때 많이 울었다. 이제부터 무슨 작품 잘 만들어 잘 보내주는 역할 해야겠다.”(방수미)

방수미, 송봉금 두 소리꾼이 동시에 창작 산실 레퍼토리에 선정된 일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 가 있다. 전국의 수많은 초연 작품 가운데 인정받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한지영 전주세계소리축제 부장도 이들 단체의 선정 의미를 설명했다.

“두 작품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게 아니라 최소 3년간의 노력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평소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공연을 준비해 왔고 이런 꾸준한 노력이 재단과 창작산실로 이어졌다. 특히 두 사람은 전주에서 계속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소리꾼이다. 서울의 유수한 단체들도 욕심을 내는 창작산실에 여성이 여성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함께 선정됐다는 사실은 큰 기쁨이다.”(한지영)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에 근무하는 방수미는 소리꾼이라면 모두가 부러워하는 대통령상 수상자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여느 대통령 수상자들과 다르다. 누가 공연에 불러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공연을 만든다. 공연도 전통이 아닌 다른 장르와의 콜라보도 많다. 가장 다른 점은 대회 심사위원 위촉에 큰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사람이 사람을 심사하는’ 일은 자신과 안 맞는다고 한다.

“국립창극단 아역으로 무대에 오르면서부터 지금까지 많은 선배들의 부침을 눈으로 봤다. 그러면서 열심히 하는 것만이 최선임을 깨달았다. 특히 국립단원으로 열심히 안 하면 외부의 후배들에게 아픔을 줄 수 있다. 전통소리를 잘하고 살찌우는 일, 내가 할 일이다. 목소리가 안 나와도 청중들의 감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 60세가 넘어 제가 만든 방수미 소리를 들려주고 싶다.”(방수미)

송봉금은 동학에 이어 위안부를 다루었다. 역사적 소재 선택에 대한 질문에 다음 작품은 주제가 아닌 공간에 주목하겠다고 한다. 그는 ‘판’에 대한 고민을 얘기한다. 기존 공연장을 벗어나 판의 의미를 현재에 맞게 재해석하고 싶어 한다. 마당극이지만 기존 마당극과 다른, 자유롭게 상상하는 공간에서의 특화된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그는 그래서 소리판의 다양성에 관심이 많다.

“다양한 소리꾼 나와야 한다. 그래야 국악시장도 발전할 수 있다. 요즘 뜨는 ‘이날치’와 ‘악단광칠’ 같이 국악 전체를 살찌우는 공연이 많이 나와야 한다, 모든 소리꾼이 방수미 선생님이 될 순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는 선생님의 모습은 배워야 한다. 단 하나 전통 기반이 탄탄해야 한다. 기반이 탄탄해진다면 어떤 시도든 긍정적으로 본다.”(송봉금)

송봉금은 인터뷰를 마치며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소리꾼의 ‘각자도생’이 아니라 ‘연대’라고 한다. 전통 소리에 대한 고민을 이해하고 서로의 노력을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아쉽다고 한다. 방수미도 콜비츠의 ‘공감’에 위로를 받았고 작품으로 이어졌다. 14년이라는 나이차에도 따뜻한 가슴과 전통을 살찌우겠다는 공통의 목표를 가진 두 사람의 신축년을 기대한다.
/이병재기자·kanadasa@


이병재 기자  kanada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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