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계숙 전주시 사회연대지원단장

우리는 거대한 유통공룡들이 동네 상권을 장악하며 자본을 독차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시민들이 대형마트 등에서 쓰는 돈은 대부분 거대 유통재벌의 본사가 있는 서울로 올라간다. 지역 자금의 역외유출은 지역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더욱이 대형 유통재벌들은 식료품과 생활용품, 가전제품, 가구 등은 물론이고 요식업 등 다방면으로 진출해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이 고사위기에 몰리기도 한다. 정부가 전통시장과 상점가 등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지자체별로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것은 이처럼 고사위기에 처한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는 취지가 강하다.

 이달 출시된 전주형 지역화폐인 ‘전주사랑상품권’도 마찬가지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유흥주점, 온라인 결제 등을 제외하고 전주지역 어디에서나 쓸 수 있는 전주사랑상품권을 이용하면 유통공룡 중심으로 외부로 빠져나가는 지역자금의 유출을 막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유통공룡과의 사투를 벌이고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등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전주사랑상품권을 이용하려면 전북은행 영업점을 방문하거나 모바일 앱을 활용해 체크카드를 신청하고 충전해서 쓸 수 있다. 충전금액은 1만원 단위로 가능하고 월별 자동충전도 가능하다. 체크카드를 삼성페이, LG페이 등에 탑재할 수 있어 카드를 소지하지 않고도 휴대폰으로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다.

 카드 형태로 발급되는 전주사랑상품권은 ‘애향카드’와 ‘알뜰카드’, ‘나눔카드’의 세 가지 특징을 갖도록 설계됐다. 가장 먼저 전주사랑상품권은 전주 시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전국적으로 지역화폐가 발행되고 있는 것은 자금의 역외 유출을 억제해 자본의 수도권 집중현상을 완화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어 결과적으로 골고루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시민들의 혜택도 혜택이지만 사회적 가치와 공동체 정신을 널리 확산시키는 것이 전주사랑상품권의 지향점이다.

 전주사랑상품권은 카드를 쓸 때마다 캐시백이 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알뜰카드’로도 볼 수 있다. 매월 50만 원까지 충전해서 쓸 수 있는 이 카드는 결제할 때마다 사용금액의 10%를 최대 5만 원까지 적립(예산 범위 내 한정)할 수 있으며, 30%의 소득공제 혜택도 주어진다. 전주사랑상품권은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나눔카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기부천사가맹점’ 제도가 있어 전주사랑상품권 매출액의 일부(1% 정도)를 자율 기부하고, 기부금액은 공공사업 등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기부천사가맹점은 간편한 전산처리를 거쳐 법정기부금 소득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전주에서 일하고, 생활하고, 각종 복지혜택을 누리는 시민들이 쓰는 돈은 외부로 유출되는 것보다 지역에서 순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흡사 블랙홀과 같은 유통대기업 본사로 흘러들어가는 것보다는 지역사회 내에서 재소비로 연결되거나, 세수를 통해 복지혜택으로 다시 시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전주시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사회적경제와 전주푸드 등을 적극 육성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역자본이 지역에서 순환되는 선순환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전주사랑상품권에는 빨간 돼지 그림과 함께 ‘나는 기부천사가 될 수 있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이 카드가 동네 치킨집과 빵집, 카페와 서점 등의 계산대에서 널리 사용돼 코로나19로 침체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강력한 사회연대를 실현하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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