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밤, 빗길을 쏜살같이 내달리는 하얀 트럭 뒤쪽으로 경찰 차량이 경광등을 울리며 바짝 따라붙는다.

급커브 길에 들어서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은 탓에 트럭 뒤축은 빠르기를 이기지 못한 채 긴 호선을 그리며 가드레일을 들이받을 뻔하는 아찔한 상황도 연출한다. 한 사거리 신호등 앞에서는 제 뒤쪽을 가로막은 경찰차를 ‘쿵’ 들이받는가 하면, 그 옆쪽을 막고 차에서 내리던 경찰관을 따돌리듯 좁은 틈 사이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 달아난다. 종횡무진 길을 누비다 기어이 공사 중인 길가 연석 위로까지 올라섰던 트럭은 또 한 번 도망쳤다가 경찰차들이 앞뒤 사방을 모두 틀어막은 다음에야 광란의 질주는 끝이 났다.

무면허 상태에서 야간에 만취 상태로 차를 몰던 40대가 실탄까지 쏜 경찰의 추격전 끝에 붙잡혔다.

남원경찰서는 도로교통법 위반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A씨(40)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전날 오후 10시께 경찰에 검거되기 전까지 약 1시간 20분가량에 걸쳐 만취 상태로 자신의 1톤 트럭을 타고 전남 광양에서 남원까지 약 100여 ㎞가량 무면허 음주 운전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의 음주 운전이 처음 신고된 것은 같은 날 오후 8시 40분께 순천-완주 고속도로에 위치한 황전휴게소에서다.

A씨의 모습을 목격한 한 시민이 ‘어떤 사람이 화장실에 갔다 트럭에 탑승했는데, 만취 상태인 것 같다’고 경찰에 전한 것. 이에 고속도로순찰대 제5지구대는 즉시 출동해 A씨에게 정차를 요구했지만, A씨는 그에 아랑곳 않고 질주하기 시작했다.

도망치는 과정에서 뒤쪽에서 차량을 가로막으려던 경찰차를 들이받아 범퍼를 파손시키기도 한 A씨는 경찰의 발포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달아났다. 남원 시내를 한참 누비기도 한 A씨는 결국 앞뒤 도주로를 막은 경찰들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당시 음주운전 외에도 무면허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으며, A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 취소수치(0.08%)를 훌쩍 넘긴 0.244%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다행히 도주 과정에서 추가적인 사고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날 중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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