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순 전라북도 혁신성장산업국장

와트의 증기기관과 에디슨의 전기 특허는 각각 1·2차 산업혁명을 촉발하며 우리의 삶을 바꿔 놓았다. 또, 컴퓨터를 기점으로 한 첨단통신기술은 인터넷 기반의 3차 산업혁명을 이끌었고, 최근에는 IoT가 주가 되는 디지털 혁명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인류에게 가상세계를 선사하고 있다.
이들처럼 인간의 창조적 능력과 경험을 통해 창출되거나 발견된 무형의 가치로 산업 성장의 변곡점마다 시장질서를 재편해 온 활동을 일컬어 ‘지적 재산권’이라고 부른다. 탁월한 역량을 갖춘 지식인과 기술인들은 지식재산권의 독점적 활용을 통해 큰 부를 축적했고, 이는 현재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선진국을 만든 동력이 됐다.
미국의 정치경제학자인 ‘레스터 서로’ MIT 교수는 “기업과 국가의 가장 중요한 생존 전략은 지식의 장악”이라고 했다. 역사를 돌아봐도 독창적 기술과 부의 창출 사이의 상관관계가 입증된 만큼 지식재산권은 매우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분야다. 지식재산권에 대한 보호와 관리 방안도 갈수록 발달하여 특허권과 상표, 디자인, 실용신안권, 저작권 등으로 세분화하고 있고, 법령이나 조약 등에 따라 그 권리를 인정받고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이른바 추격형 발전전략을 펼쳐 온 우리 사회는 지식재산권을 기반으로 하는 창조적 성장에 비교적 약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작년 일본의 수출규제를 계기로 특허와 원천기술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관심이 커지면서 양상은 달라지고 있다. 수출규제 이후 우리나라는 소재·부품·장비 등 일본이 우위를 점해 온 핵심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전개해 72건의 특허를 창출하며 기술 자립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큰 경제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도 K-방역, K-바이오를 필두로 전 산업 분야에서 작년 상반기 대비 지식재산권 출원이 4.5%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는 등 지식기반형 성장의 토대를 착실히 다져오고 있다.
전라북도 역시 이러한 국가적 노력에 함께 하고 있다. 2008년부터 전북지식재산센터와 함께 국내외 권리화 지원, 특허 분석을 통한 분쟁 예방 및 회피설계 지원 등 지식재산권과 관련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기업이 공들여 만든 결과가 특허 분쟁에 휘말리지 않고 안전하게 산업화, 지식 재산화되도록 돕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2007년 기준 연간 4,146건이었던 전북지역 지식재산권 출원은 작년 말 8,519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로 전북의 기술역량이 진일보했음을 입증했다.
이와 더불어 우리 도는 도민의 과학역량이 꽃피우는 여건 마련에도 노력하고 있다.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과학기술위원회의 위원장을 도지사로 격상해 위상을 강화했고, 전북연구개발특구에 이어 올해 탄소 및 친환경자동차규제자유특구, 강소연구개발특구 지정 성공으로 첨단산업 육성의 기틀을 닦았다. 그린뉴딜의 핵심인 새만금 재생에너지 국가종합실증단지 예비타당성 대상 사업에도 선정돼 탄소와 농생명, 친환경자동차, 재생에너지 등 신산업에서 다양한 지식재산 창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19’와 ‘포스트 코로나’라는 시대의 변곡점은 새로운 지식재산권의 등장과 이를 기반으로 한 기술 선진국의 부상을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획득한 K-방역과 K-바이오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국민이 힘을 모아 기술개발과 연구역량 강화에 노력한다면 우리 경제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도약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 도 역시 친환경 자동차와 그린 뉴딜, 수소경제와 탄소산업 등 다양한 지식재산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북경제와 우리 사회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도록 하는 데에 온 힘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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