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일 전북농협 본부장 

코로나19 영향으로 농산물 교역에서 국제 네트워크 변화가 심상치 않다. 러시아가 밀 수출을 제한했고, 필리핀과 베트남은 자국 내 쌀 비축을 확대하거나 수출 계약을 중단했다. 밀, 쌀, 옥수수, 콩 등 국제교역이 제한 또는 금지가 현실화 되는 경우 우리나라는 식량자급을 더 이상 해외에만 의존 해 해결할 수 없을 것이란 걱정이 커지고 있다.

올해는 과수 화상병, 매미나방 등 병충해가 극성을 부리고, 우리 전북에서 보듯 올초부터 냉해, 우박피해 등의 기상재해가 유난히 자주 발생하고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더욱이 긴 장마와 폭우는 그 피해 규모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향후 이러한 재해가 매년 계속될 것으로 보여 더 걱정이다. 

코로나 같은 감염병 상시 발생 가능성과 기상이변에 따른 자연재해로 어느 때보다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식량자급률(사료용 제외)이 46%수준에 불과한 우리나라로선 큰 위기가 아닐 수 없으며 새로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도시민 1,0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국민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높아졌다고 응답한 비중은 67.6%, 식량안보가 중요해졌다고 응답한 비중은 74.9%로 높게 나타났다. 우리는 해외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밀, 콩 등 주요 곡물 비축을 제도화하고 관련 산업에 투자를 확대해 자급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농협에서는 유통 구조 혁신과 함께 수급예측 정보시스템 구축과 맞춤형 통합 플랫폼 개발과 디지털 농업 전담부서를 통한 농업 생산성 향상, 농촌 지능화 등으로 디지털 혁신을 추진 중에 있다.

농축산물 온라인 유통에 필요한 시스템 구축과 사업 확대는 물론, 교육·원격진료 등 비대면 서비스 확대에 대비해 농촌의 ‘디지털 소외’ 극복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스마트한 농산물 생산과 유통을 위해선 ‘농식품 빅데이터 댐’을 구축하는 등 데이터의 통합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산지유통시설·지방도매시장의 디지털화 등 비대면·온라인 스마트유통 활성화 역시 중요하다.

우리지역에서는 7월부터 남부안농협, 봉동농협, 전주시조합공동사업법인이 ‘농협온라인농산물거래소’가 시범사업에 참여해 양파 92톤을 비대면사업 방식으로 상품을 구매자에게 직배송 했다. 이 사업을 통해 전국단위 온라인 거래로 새로운 유통경로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ASF(아프리카돼지열병)·코로나19로 집합교육 중단 장기화에 따른 교육 공백 해소를 위해 10개 축협에서 비대면 ‘온라인 지원반’을 운영하고 있다. 축산관련 종사자는 온라인 교육(신규허가·등록, 가축거래 상인, 차량운행 및 보수교육 등 전 과정) 실시를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가축질병예방 등 보수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디지털화하고 있다.

 코로나 19위기와 자연재해로 그 어느 때 보다 농업의 중요성과 식량안보가 부각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성장과 발전에는 농업의 기반이 있었다. 농업은  200조에 가까운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 19와 자연재해가 한국농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모두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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