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실 금융감독원 전북지원장

최근 전주에서 대부업을 운영하던 A씨가 전주 중앙시장, 모래내시장의 상인, 대부업체 직원들로부터 투자금 430여억원을 받아 가로챈 사건이 발생해 지역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A씨는 과거에 지역 금융회사에서 수년 동안 일하며 시장 상인들과 친분을 쌓아왔으며 ‘18년 대부업체를 차린 후 지난해 가을부터 상인들에게 7~8%의 고금리를 제시하며 투자금을 모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중에는 A씨 말만 믿고 가족 몰래 수천만원을 대출받아 투자한 경우도 있고 그 동안 모아두었던 자녀의 결혼자금까지 투자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최근 경찰이 A씨를 검거했으나 A씨의 통장에는 투자금이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돼 투자자들이 피해를 구제받기는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최근 이 같은 불법 유사수신행위가 증가하는 추세다. ‘18년 중 금융감독원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유사수신 신고·상담 건수를 보면 전년 대비 24.9% 증가한 889건으로 나타났다. 다만 ’19년 중에는 가상통화 열풍이 가라앉으며 전년까지 급증하던 가상통화 빙자 유사수신 사례가 큰 폭으로 감소하여 총 유사수신 피해사례 건수는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불법 유사수신행위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우리 경제의 저금리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1%대를 맴돌고 있는 가운데 일부 선진국에서는 마이너스 금리까지 거론되고 있는 등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이자수익은 제로에 가깝다. 이에 비해 고령화로 인해 안정적인 노후소득을 얻고 싶은 투자자들의 투자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투자자들의 열망을 악용하여 유사수신업자들은 고수익을 내세우며 서민들의 자금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것이다.

높은 연수익률 또는 거액의 일·월단위 지급액을 제시하거나 투자원금 회수를 보장한다는 확정 고배당금 지급형태는 불법 유사수신업자의 고전적인 수법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첨단 금융기법 또는 유행 아이템(가상화폐, 리츠, FX마진거래, 펀드 등)으로 포장하여 투자자의 자금을 모집하는 사례가 많다. 이 과정에서 정부 ‘등록법인’임을 내세워 마치 정부가 자금모집을 허용한 합법적인 업체인 것처럼 광고하는 경우가 많다.

전주 전통시장의 사례에서도 A씨는 본인이 운영하는 대부업체가 지자체 등록업체인 점을 활용하여 투자자를 안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투자 초기 약속한 고배당금을 우선 지급함으로써 투자자의 신뢰를 갖게 하고 거액의 자금을 추가로 모은 후 이를 편취한다. 이때 높은 이자나 배당금은 다른 투자자의 투자원금을 빼돌려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간이 흘러 추가적인 투자자 모집이 불가능해지면 투자원금 및 수익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환불을 미루면서 다른 곳에 투자하면 피해를 복구해주겠다고 회유하는 한편, 수사기관에 신고하면 환불해주지 않겠다는 식으로 협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사수신으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사항을 숙지해야 한다. 우선 시중금리 수준을 과도하게 초과하는 고수익과 투자원금을 보장해 준다고 할 경우 불법 유사수신업자가 제시하는 지급확약서 및 보증서 발급 등에 현혹되지 말고 투자사기부터 의심할 필요가 있다. 고수익에는 항상 그에 상응하는 투자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므로 유사수신업자가 선전하는 “누구나 손쉽게 저위험으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는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명심할 필요가 있다.
만약 이런 기회가 존재한다면 유사수신업자가 왜 이 투자기회를 혼자 독점하지 않고 나와 나눌려는지 의심해봐야 한다.

두 번째로는 투자권유를 한 회사가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확인해야 한다. 제도권 금융회사가 아니면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관련 법령 및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절차 등에 따른 피해구제를 받을 수 없으므로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여부는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서 쉽게 조회할 수 있다. 아울러 대부업체의 경우에는 지자체, 또는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경우라도 자금을 빌려줄수만 있을뿐 그 어떤 경우에도 고객으로부터 자금을 수신할 수 없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세 번째로는 동창, 지인 등으로 받은 고수익 투자권유에 의심 없이 따를 경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유사수신 및 투자사기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유사수신업자는 기존 투자자 등에게 투자금을 모집해 오면 모집액의 일정 비율을 수당으로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한다. 기존 투자자는 자금모집인으로 탈바꿈하여 투자원금 환수 또는 손실에 대한 보전 등을 위해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주변 지인에게 관련 사업에 투자하도록 권유한다.

특히 유사수신업자들은 모집인들로 하여금 금융상품·가상화폐 등에 익숙하지 않은 노령층에게 접근하여 은퇴 후 여유자금을 모집해 오도록 유도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을 경우 투자하기 전에 반드시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피해 신고센터’(☎1332)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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