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공인인증서 때문에 한 번쯤 골머리를 썩였을 사람이 주변에 너무 많을 것이다. 발급받기도 복잡하고, 컴퓨터나 휴대폰 기기별로 쉽게 사용하기도 어려우며, 급할 때 잃어버리면 정말 난감해진다. 공인인증서를 자주 사용하는 사무원이나 학생, 젊은 층은 처음 어려웠던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법하지만, 난생 처음 인증서를 사용하거나 1년에 한두 번 사용하는 자, 또는 고령층에게는 너무 큰 스트레스를 지금도 주고 있다. 심지어 통장을 만들기 어려운 사람은 공인인증서가 없어 인터넷 상 많은 분야에서 배척되기도 한다. 만약 인터넷에 공인인증서에 대한 애로사항을 공모한다면, 끝없는 성토가 이어질 것이다.
지난 1999년 온라인에서 본인 확인을 위해 도입된 공인인증서는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자보다 관리자 편의 위주로 만들어졌다. 정부는 몇몇 기관에서 발급하는 인증서만을 '공인인증서'로 임명했는데, 그 과정이 너무 복잡해서 문제가 많았다. 이중 삼중 철통 보안 절차에, 악명 높은 Active X 같은 보안 프로그램까지 설치하게 만들면서 공인인증서는 점점 국민 웬수가 됐다.
해외에서는 공인인증서가 있기는 하지만, 꼭 정부 인증일 필요는 없다. 그들은 다양한 사설인증을 더 폭넓게 인정한다. 오히려 몇몇 기업의 인증서만 인정할 경우 다양한 해킹 위험에 따라 보안에는 더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함께 정부가 직접 인증기관을 지정하고 감독하는 것은 한미 FTA 협정에 위배된다는 의견도 있다. 각 나라는 인터넷 거래에서 본인 인증하는 방법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정부가 정한 몇몇 공인인증서만 인정하니, 미국 회사가 한국과 거래하려면 결국 대한민국 공인인증서를 써야 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정부가 이런 공인인증서만이 아니라 패턴, 문자 인증, 지문, 홍채인식 등도 똑같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법안을 고쳤다. 새로운 법이 적용되는 건 11월부터라고 하지만 국민 웬수에서 해방된 국민들은 격하게 환영하는 분위기고, 사설인증서를 만드는 보안업체들도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에 크게 고무된 모습이다.
사실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은 2015년에 이미 폐지된 것으로 보는 게 맞다. 은행업계에서는 이미 사설인증으로 편하게 사용하고 있고, 이동통신사 3사도 사설인증 시장을 꽉 쥐고 있다. 앞으로 좀 더 편하면서 똑똑하고 안전한 인증서가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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