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지방의 창의적인 혁신과 자치 강화를 위해 30년 만에 '100만 특례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대도시 위주의 개정안으로 특례시 지정에 전주가 빠져있는 상황이다. 이 개정안은 이르면 다음 달 국회상임위의 심사가 예상되고 있어 전주시가 특례시로 지정받아야 하는 당위성과 향후 과제를 되짚어 본다.

◆왜 전주 특례시인가?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분야의 수도권과 광역도시 쏠림현상은 정부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지역별 불균형을 타파하고 지역이 고루 상생하는 균형 발전 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그 일환이 '특례시' 지정이다.
특례시로 지정되면 189개의 사무권한이 이양되어 중앙부처를 상대로 국비사업 직접 추진 등 행정행위가 넓어지고, 해당 도의 승인이 없이 자체적인 도시계획 수립·개발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이 밖에 지방연구원 자체설립이 가능하고 추가 징수 부담 없이 재원 증가, 도시인프라 확충 및 대상별 맞춤형 복지서비스 확대 등을 통해 공공서비스가 질적·양적으로 개선되는 효과를 가져 온다.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는 정부의 개정안대로라면 수원시와 용인시, 고양시, 창원시 등 교육과 일자리, 교통 등 인프라와 인구가 편중된 수도권과 경남권만 추가로 지정 되어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특례시 취지에 반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들 지자체는 현재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일부 특례를 받고 있는 만큼 재정이 열악한 지방도시에서 특례시를 받는 것이 오히려 균형발전 차원에서 적합하다. 이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전주를 특례시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지난해 전북을 떠난 전출자가 무려 7만3,751명에 달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자료를 살펴보면 전북 인구는 현재 183만2,227명으로 50년 전인 1965년 251만 명을 정점으로 매년 감소세다.
이는 1960년대 초 시작된 정부주도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70년대 수출정책에 따라 경부(서울-부산)축을 중심으로 중화학 공업이 중점 육성되며 인구가 이동했기 때문이다. 또한 1980년대부터 인구규모 위주의 광역시 승격과 광역자치단체 중심의 정책·재정 투자가 지속되면서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되며 전북 인구 감소는 가속화 됐다.
정부의 광역단위 위주의 정책으로 1980년대 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 등 광역시로 승격한 도시는 해당 권역의 도(道)까지 상생 발전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하며 빠르게 성장했고. 광역시가 없는 도시들은 더디게 성장했다.
특히 전북도는 주민 생활권이 확연히 다른 광주·전남과 함께 '호남권'으로 묶여 정부의 예산배분과 기관설치 등에서 수많은 차별을 받아온 점을 감안할 때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국내 지역별 예산규모를 살펴보면 전북과 충북, 강원 등 광역시가 없는 지역은 광역시가 있는 지역의 2분의 1, 적게는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전북이 광역시가 없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오는 동안 부유한 지역은 더 많은 몫을 챙기며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지역은 낙후가 심화된 악순환의 상황에서 인구 100만 도시 특례시 지정은 지역불균형 가속화의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

◆특례시 지정, 국가 균형발전 해법

정부가 특례시 지정 기준으로 인구만을 내놓자 반대 목소리가 크다. 이 기준은 기존의 광역시 선정 기준과 동일 할 뿐 아니라 대도시 중심의 정책으로 과거 정부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대정부에서도 지방분권과 균형 발전을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 왔어도 수도권 쏠림과 중앙의 흡입력이 이미 너무 강해 지방도시는 늘 제자리였다.
참여정부 시절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해소를 위해 내놓은 중앙부처의 혁신도시 정책 역시 광역단위로 추진됐다. 이로 인해 광역시가 있는 권역은 2~3개(부산·울산·경남)의 몫, 광역시가 없는 전북은 1개의 몫으로 조성됐다.
이 밖에 2019국가 균형발전 프로젝트 일환으로 추진된 예타면제 사업도 수도권을 배제하고 지방 위주로 선정됐지만, 광역단위 사업 배정에 따라 권역별로 전북의 사업비가 가장 적은 것으로 보아 특례시 지정 역시 차별의 반복을 가져 올 수 있다.
전주는 인구가 약 66만 수준으로 전북도 전체 인구에서 35%를 차지하는 도내 제1의 도시이다. 또 전주에는 264개의 관공서 및 공공기관이 들어서 있고 종합적인 중심기능지수가 28.9%로 전북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상업과 금융의 경제활동은 40%가 넘었고, 교육과 의료는 지역 30%를 넘었다. 이를 토대로 개별 인구를 대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와는 달리 지역적 연계가 중시되는 경제기능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전주에서 실제로 주간에 업무를 하거나 방문하는 유동인구는 약 1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주차 문제와 쓰레기 처리 등 실질적인 행정수요는 폭발적인 수준이지만, 이를 감당할 인프라는 태부족이어서 각종 도시문제를 유발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공공서비스의 질적 양적 개선이 절실하다.
이에 전주는 주간 인구, 사업체 수, 법정민원 수 등을 고려해 인구 50만 이상으로서 도(道)내 광역시가 없고 도청 소재지로서 중추도시 역할을 하는 대도시들도 특례시로 지정하자는 합리적인 안을 제시했다.

◆특례시 지정, 인구보다 지역 특성 반영해야

정부안이 오히려 '수도권 집중에 따른 국가발전 불균형 심화를 가져온다'는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이를 보완한 개정안들이 속속 발의되며 전주 특례시 지정에 힘을 실었다.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이 발의한 내용은 인구 100만 이상의 도시 4곳에 인구 50만 이상으로 종합적인 행정수요가 100만 이상이며, 도청 소재지인 도시를 포함시켰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또한 현행 특례시 지정요건을 인구 50만 이상(행정수요가 100만 이상이거나 도청 소재지)으로 요청한 '지방자치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이에 힘을 얻은 전주시는 전국 행정학 교수와 지방자치학회 관계자, 언론인 등과 각종 세미나와 토론회를 열고 전주 특례시 지정에 대한 공감대를 전국으로 확산시켰다. 여기에 전북지역 시군단체장들이 '전주시 특례시' 지정을 촉구하는 '대정부 건의문'을 채택하며 전주 특례시 지정에 전북도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전주가 특례시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제시한 지방자치법 개정안 대신 특례시 지정 요건에 '광역시가 없는 도의 50만 이상 중추도시'를 포함시킨 지방자치법 개정안(김병관 의원 대표 발의)이 국회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이는 국회가 이르면 다음 달 전주를 특례시로 지정하는 내용을 포함한 지방자치법 개정안 심사에 돌입할 것으로 보여 전북도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는 향후에도, 정부와 정치권 등에 전주 특례시 지정 필요성과 당위성을 꾸준히 건의하고, 시민들과의 연대와 협력을 강화해 전주 특례시 지정을 반드시 실현시키겠다는 각오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전북과 충북이 정부·정치권을 향해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니라 균형을 잡아달라는 외침이며,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지역들이 함께 잘 살아야 헌법에 나온 균형발전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면서 "지역 특성을 감안한 미래지향적 특례시 지정 기준을 통한 특례시 지정이야 말로 국가균형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황성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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