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이 머지않았는데 그저 황망할 따름이네요.”

역대 5위급 강풍을 동반한 제13호 태풍 링링이 전북을 휩쓴 7일.

결실의 계절 느닷없이 찾아든 태풍이 황금 들녘을 할퀴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다.

전북 각지에서 벼 도복, 과수 낙과, 비닐하우스 및 축사 붕괴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면서다.

이날 쌀 주산지인 김제평야에서 만난 농민들은 한해 농사를 망치면서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초속 30m에 이르는 강풍을 이기지 못한 벼들이 쓰러지는 도복 피해가 발생했다.

일부 논은 벼가 모두 쓰러지면서 흙바닥을 훤히 드러냈다.

가을장마로 수확 시기를 놓쳤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풍까지 들이닥치면서 농민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한 농민은 “하늘이 노랗다는 말을 새삼 실감한다. 손 놓고 벼가 쓰러지는 모습만 지켜봤다.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고 하소연했다.

하루 뒤인 8일 찾은 장수 과수 농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 여름을 무사히 넘기나 싶었지만 이른 추석에 가을장마, 태풍까지 찾아들었다.

애지중지 키웠던 사과는 바닥에 떨어져 볼썽사납게 나뒹굴었으며 껍질을 드러낸 채 썩어가고 있었다. 가지에 몇 남지 않은 과실도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농장주는 “베트남 사람들을 고용해 1000여만원을 들여 사과 작업을 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떨어진 사과는 이미 상품성을 잃어 거름으로밖에 쓸 수 없다. 나무에 달린 성한 사과도 조그만 상처만 있으면 제값을 받지 못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농가의 시름이 깊어감에 따라 지원의 손길도 분주한 모양새다.

전북농협은 8일 익산시 용안면 중신리 딸기 시설하우스 재배 농가를 찾아 재해복구 일손 돕기를 실시했다.

일손 돕기에는 유재도 본부장을 비롯한 임직원 20여명이 참여해 무너진 비닐하우스에서 비닐제거 작업을 했다.

유재도 본부장은 “태풍 피해 시설과 농작물의 조기 복구를 위해 추석 전까지 시군지부, 농·축협 임직원들이 지속적으로 긴급 재해복구 지원활동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농업인의 아픔을 농협의 아픔으로 여기고 피해 복구활동에 모든 역량을 결집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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