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주 특별전 기자간담회.
  한반도 남부 초기철기시대 대표적 중심지 가운데 하나인 완주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완주(完走)하는 특별전이 열린다.
  국립전주박물관은 1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18일부터 9월 15일까지 완주군과 공동으로 특별전 ‘오로지 오롯한 고을, 완주’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전주박물관 특별전 ‘전북의 역사문물전’의 13번째 전시로 완주 역사 정체성의 모색과 그 안에서 살아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목했다.
  전시는 모두 3부로 구성됐다.
  1부 ‘완주 사람들, 한반도 하이테크놀로지의 중심이 되다’에서는 금속이라는 신소재를 활용하여 신기술의 꽃을 피운 완주사람들에 대해서 살펴본다. 대표적인 유물은 완주 갈동 유적 5호 움무덤에서 출토된 청동거울과 유적 1호 움무덤에서 출토된 청동검·청동꺾창 거푸집. 직경 20cm 내외 크기의 청동거울 안에는 무려 13,000여개가 넘는 선이 태양을 본뜬 가하학적 무늬로 새겨져 있다. 고운 점토로 만든 거푸집을 이용해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청동거울은 지금 기술로도 재현이 어렵다 한다. 청동거울은 전국적으로 50여 점이 발견됐는데 전북지역에서만 20 여점이,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전북혁신도시 지구에서 출토됐다.
  거푸집은 청동기 제작기술이나 청동 유물의 원산지를 추정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유물이다. 갈동에서 발굴된 한국식 청동검 거푸집은 국내에서 출토지가 처음으로 확인된 사례다. 전북에서 청동기를 제작하던 공방터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갈동 거푸집을 통해 당시 완주사람들이 청동기를 직접 제작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2부 ‘전북지역 마한의 자존심, 완주사람들’에서는 마한계 무덤유적으로는 최대 규모와 밀집도를 자랑하는 상운리 유적을 소개한다. 상운리 유적에서 출토된 대량의 철제 무기류와 도구류, 옥 장신구류는 백제 진출 이전의 상운리 사람들의 위세를 말해주고 있다. 특히 6,000여 점에 이르는 옥은 마한 사람들의 미적 세계를 엿볼 수 있는 문화재로 세공 수준은 조금 투박하지만 그 색감과 영롱함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여기에 백제계 문화 요소가 등장하기 시작함을 알려주는 은하리 굴식돌방무덤과 배매산성의 의미도 되짚을 수 있다.
  3부 ‘후백제 사람들, 삼한통일의 꿈을 꾸다’의 주요 소재는 후백제와 완주 봉림사지이다. 봉림사터에 서려 있는 후백제 사람들의 염원과 기도를 현대미술의 시각에서 새롭게 해석하였는데, 완주에 살면서 활동하고 있는 권성수, 노정희, 이우엽, 임세진 작가들이 참여했다. 현재 봉림사지에서 출토된 석등과 석탑은 일제강점기 무단 반출되어 군산 발산초등학교 뒤뜰에 있고, 삼존석불은 전북대학교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본래 봉림사를 지키던 조각들이었지만 흩어진 후백제 사람들의 꿈처럼 한 곳에 모이지 못하고 있다. 작품들을 보면서 언젠가는 한자리에 모일 봉림사의 모습과 후백제 사람들의 마음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연계행사도 다양하다.
  21일 오전 10시 국립전주박물관 강당에서 완주군청·국립전주박물관·한국청동기학회가 공동주최하는 ‘만경강유역의 고고학적 성과’라는 학술세미나가 열린다. 특별전과 연계된 강연회도 열린다. 1차는 20일 오후 2시 최완규 원광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교수가 ‘마한의 태동과 성장, 그리고 완주’주제로, 2차는 진정환 국립광주박물관 학예연구관이 ‘국가 비보의 상징, 완주의 불교미술’로 진행한다. 또한 완주문화재단과 완주지역의 공예작가 및 주민들이 참여하는 프리마켓 ‘완주 크리에이터페어’가 22일 오전 10시부터 박물관 정원에서 열린다. 마지막으로 7월 6일 오후 2시에는 일제강점기 완주지역의 아픈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삼례, 다시 봄’이라는 뮤지컬도 준비 중이다.
  천진기 국립전주박물관장은 “지역전시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재의 중요성과 내용을 강조하고 알리는 홍보효과도 있지만 지역 학생 주민에게는 지역의 역사문화를 한자리에서 보고 느끼며 지역 문화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자긍심을 갖추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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