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들에게서

오피니언l승인2019.06.06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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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강살리기익산네트워크공동대표


저녁 산책길에 무논에 비친 미륵산이나 용화산이 제법 운치를 더하는 모내기 철이다.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데 사실 이 기간이 오래지 않는다. 모를 심고 나면 아름다운 산 그림자와 반영은 더 이상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요즘 시골집 마당에는 비가 적당히 내리면서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나기 시작했다. 아침산책 후나 퇴근 후 잠시 잠깐의 제초작업은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일심을 모으기 좋은 시간이다.
 보조스님의 가르침인 수심결에 여석압초(如石壓草)란 말이 있다. 돌로 풀을 눌러 놓으면 돌이 움직이면 풀은 다시 살아나듯이 마음 닦는 방법도 이와 같이 임시방편으로 폼만 잡다가는 본성을 회복하기가 어렵다는 의미이다. 그릇된 사심과 악심을 없애기로 하면 잡초를 뿌리를 뽑아 제거하듯 완벽해야 한다는 수행의 가르침이다.  우리가족이 처음 시골로 이사 올 때 도심을 떠나는 것을 아내는 많이 두려워했었다. 오랜 동안 설득하였는데 그중 하나가 정원 가꾸거나 마당제초 등 농사(田作)는 내가 다 한다는 것 이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일과 중 하나가 제초작업 이었는데 한두 번 따라하던 이 일이 지금은 아내가 더 앞장서서 마당 제초수행에 나서고 있으니 웃음이 절로 난다. 다양한 풀들을 보면서 마음이 안정되는 재미를 느낀듯하다. 초여름 정성드린 집 마당은 깨끗한 반면 건너편 빈 집터엔 대나무와 잡초가 무성하다. 옛 집터자리 인데 그 가장자리에 빡빡하게 들어선 망초며 자리공 등 무성한 잡초의 모습이 또한 기이하다. 원래 자리공은 오염된 지역에 살아가는 지표식물로 알려졌는데 특히 미국자리공이 오염된 환경에서 자란다 하여 토양을 산성화 시키는 식물로 지적 받아 왔는데 사실은 자리공이 토양을 산성화시킨 것이 아니라, 산성화된 토양에서 다른 종보다 번식을 잘하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미국자리공을 비롯한 수영이나 쇠뜨기는 산성 토양에서 잘 자란다. 미국자리공은 대기오염에 의한 나무의 피해 상태가 외부로 드러나기 전에 집단적으로 자라는 것으로 밝혀져 생태계 파괴 정도를 알려주는 지표식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잡초는 지표식물로써 기능한다. 지표식물로 환경 오염도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지역을 자연적으로 조성하려고 할 때, 토양의 상태를 측정하여 거기에 심을 나무나 풀의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부터라도 잡초를 더욱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할 것이다. 주변 숲에서 식재료만 관심 가질것이 아니라 잡초들이 현재의 토양과 기후환경 문제를 알려주는 것에 예의 주시하여 오염을 정화시키는 잡초를 활용해야 할 것이다. 지표식물 우리에게 친근한 예로 청정지역에서 자라는 할미꽃이 있다. 어릴 적 언덕에 흔하게 보았던 식물이 이제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환경오염이 심각한 지금, 시골에서조차 할미꽃을 거의 볼 수가 없음이 아쉽다. 지난 이른 봄 평창동강에서 친구 집에 방문해 만났던 동강할미꽃을 보면서 경이로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만큼 동강은 청정지역이라는 것에 부러워했었다. 사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 마을 뿐 아니라 인근의 숲이나 빈터에 무분별하게 쓰레기가 습관처럼 버려지고 있음을 쉽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시골이 죽어가며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무논에 비치는 아름다운 우리의 산하가 병들어 있다면 우리는 이 세상에서 고향을 찾을 수 없고 희망을 잃는 것이다. 
마음공부를 흔한 잡초에서 찾았던 선인들의 지혜가 이제는 지표식물로써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는 잡초를 새롭게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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