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우리밀’ 건강과 맛 살려 ‘구사밀생’ 이끌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밀 연구전담팀>연구원 10명 품종개발 등 주력 국내최초 개발 유색밀 ‘아리흑’ 웰빙맞춤 고부가가치 창출 홍민희 기자l승인2019.05.29l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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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가볍게 식빵을 구워 잼을 발라 먹고 출근길에 나선다.
오후엔 동료들과 회사 근처 칼국수 집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저녁엔 집에 돌아가 티비를 보며 과자를 집어 심심한 입을 달랜다.
식빵과 칼국수, 그리고 과자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밀로 만든 음식들이다.
우리 일상에서 밀이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커지고 있다.
국내 일인당 연간 소비량은 2017년 기준 32.4kg으로 쌀 소비량(61.8kg)이 계속 감소하는 추세와는 달리 지난 반세기 동안 지속적으로 소비량을 유지하며 제2의 식량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늘어나는 수요와 달리 국내 밀 자급률은 1%대에 머물고 있어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밀을 중장기적으로 연구, 대책 마련을 통해 우리밀 육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부 역시 이같은 기조에 힘을 싣고 정책 마련을 위해 연구개발기관인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 밀을 전문으로 다룰 연구전담팀을 세웠다.
설립일은 2018년 9월 4일. 우리밀이 '구사밀생'한 기념비적인 날이다. /편집자주

 

우리나라 밀 역사를 살펴보면 일제강점기 시절만 해도 단위 면적당 30만 정보까지 재배되고, 해방 후 미군정체제하에서 10만 정보까지 재배됐었다.
그러나 1956년부터 미국으로부터 무상원조를 받기 시작했는데 원조시작 당년 20여만 톤에 불과했던 것이 1968년엔 100여만 톤으로 5배가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1984년 밀 수매제도 폐지는 국가가 밀을 포기한 사건으로 해외에 전적으로 밀을 의지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미 1977년 국가 밀 연구기관인 맥류연구소가 신설됐지만 연구의 결실도 맺기 전에 1991년 폐지돼 과 수준으로 근근히 명맥을 잇게 됐다.
국민들은 선택권도 없이 수입밀에 길들여진 것이다.
2015년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의 일환으로 공공기관을 전주청사로 이전하면서 상황은 더욱 열악해졌다. 맥류연구가 여러 부서로 산재돼 기관의 최저단위인 과 수준의 연구조차도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국민들의 밀 정책 부재의 성토와 식량안보 차원에서의 심각성, 수입밀의 안전성 등이 도마위에 오르면서 밀 연구의 필요성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에서는 오는 2022년까지 국산밀 자급률 9.9%의 정책목표를 세우고 중장기계획을 수립, 발표했다. 그 결과, 과 수준의 밀 연구전담팀이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 자리잡게 됐다.
국내 유일의 밀 전문 연구전담팀으로 유전육전연구실, 재배품질연구실 등 2개 연구실에 박태일 밀연구팀 과장을 중심으로 10명의 연구원이 밀의 품종개발, 재배생리, 수확 후 품질관리 등을 연구중에 있다.
밀 연구팀의 존재감은 식량과학원 안에서도 두드러진다. 제2의 주식으로 이미 발돋움한 밀이 국내 자급률은 2%대에도 미치지 못하니 국민 건강과 식량안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작물로 다뤄지게 되면서 연구원 내에서도 역할이 커진 상황.
식량과학원 내에서도 유일하게 밀이라는 단일 작물명이 팀명에 들어있는 만큼 육종, 재배, 품질, 가공, 이용 연구 등 밀에 관한 거의 모든 R&D 연구를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밀 연구팀이 가장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방향은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품종개발, 재배, 품질 등이 그것이다.
품종개발은 용도별 수요자 맞춤형으로 고단백질, 고글루텐 특성을 지닌 품종과, 수입밀과의 가격 경쟁력 향상을 위한 유색 및 알러지 저감 등 부가가치 향상을 위한 기능성 품종, 그리고 수량성 및 내재해성, 내병성 등의 특성을 갖춘 품종 개발에 목표를 두고 있다.
특히 세계 최초로 개발된 알러지 저감 밀 '오프리'는 유전자 조작이 아닌 인공교배로 알러지 유발 물질을 제거, 한국 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밀 알러지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국내 최초로 개발된 유색밀 '아리흑'은 웰빙수요에 맞춰 개발된 고부가가치형 작물로 수입밀과 차별화된 기능과 맛으로 우리밀의 품질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재배분야에서는 품종의 최적 재배기술을 개발하고 더 나아가 원료곡의 안전생산 공급체계를 구축해 균일한 원료곡의 안정적인 생산기술을 조성함으로써 가공업체가 마음 놓고 국내산 밀을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중에 있다.
마지막 품질분야는 생산된 원료의 품질을 등급별로 수매할 수 있는 기준설정 및 밀가루 품질에 따른 블렌딩 기술을 확립해 수확 후 품질관리에 대한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연구들의 의미는 결국 '차별화'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밀 연구팀은 △국제가격 차이 △품질시스템 구축 그리고 △수급의 안정화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국제밀시세에 비해 우리밀의 가격은 최대 3~4배 가량 높은 것이 현실이다. 가격을 뛰어넘는 우리밀만의 '강점'을 살린다면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더욱 넓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우리밀의 경우 우리땅에서 나고 수확했다는 특장점을 살려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한데 보존제 등을 최소 또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안전성'을 내세워 건강을 떠올리게 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품질시스템 구축 역시 밀 연구팀이 자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우리밀은 이미 미국이나 유럽의 밀 수준과 비교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밀의 품질 문제가 종종 거론되는 이유는 유통상 시스템의 부재로 종종 종류별로 나뉘지 못하고 섞이면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턱없이 적은 생산량 때문인데 이미 이를 개선할 시스템이 구축돼 이러한 오해도 벗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수급의 안정화는 소규모 재배로 인한 균일한 품질을 이뤄내지 못해 이로 인한 가공업의 위축으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정책적인 뒷받침을 통해 수급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 12월 이개호 농림부장관이 국회의원 시절 대표 발의한 '우리밀 육성법 개정안'이 올해 4월 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밀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기반 조성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태일 밀연구팀 과장은 "우리 밀은 충분히 시장성이 있는 작물이다. 그간 생산에 치중했지만 이제는 소비에 관심을 가질 차례다"며 "앞으로 밀의 품종개발과 재배생리, 수확 후 품질관리 등의 연구 강화를 통해 재배농가 및 가공업체에게는 안정적이고 균일한 품질의 밀 생산을,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힘쓰겠다"고 포부를 다졌다.
국내 유일의 밀연구팀이 만들어갈 우리밀 육성의 미래가 벌써부터 기대감으로 가득 차오르고 있다. /홍민희기자·minihong2503@

 


홍민희 기자  minihong25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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