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을 잃은 이후 영화관을 다시 찾을 일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시 찾네요.”

16일 오후 2시 30분 전주시 평화동 롯데시네마 1층, 180여명의 시‧청각 장애인들과 가족들은 소풍이라도 온 것처럼 들뜬 모습이다.

이들은 상영시간이 다가오자 같이 온 가족들과 함께 상영관으로 입장했다.

180여석 되는 상영관을 가득 메운 이들은 영화시작 전, 함께 온 이들과 잡담을 나눴다.

다만, 시각장애인들은 목소리로 청각장애인들은 수화로 표현하고 있을 뿐 여타 상영관의 모습 같았다.

상영관 불이 꺼지고 영화제목과 배우, 감독 등을 소개하는 해설이 흘러나오며, 영화 ‘로망’이 시작했다.

이날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한글자막과 영화해설 서비스인 ‘가치봄’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장애인 단체 및 상영관 기업들과 협의해 16일 전주를 시작으로 17일 부산, 19일 서울에서 ‘가치봄’소개행사를 진행한다.

영화해설은 “도심의 입간판을 지나가는”, “어두운 표정의” 등의 배우들의 연기와 장소를 묘사했다.

영화 초반에는 영화해설과 스크린에 나온 자막으로 이질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30여분이 지나 눈을 감고 영화를 보니, 들려오는 해설과 배우들의 대사로 흐릿하지만 영화속 상황이 차츰 머릿속에 그려졌다.

이날 만난 시각장애인 1급 김원경(70)씨는 “중학교시절 친구들과 영화관에서 몰래 훔쳐봤던 기억이 있는데, 시력을 잃은 후에는 영화관에 갈 생각도 안했다”며 “음성으로 영화를 보기에는 공감하지도 못하고 상황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렇게 해설을 들으며 영화를 다시 보니 예전 추억도 떠올라 뭉클하다”고 말했다.

청각장애인 1급 김상표(50)씨는 “한국영화는 대부분 자막이 없어, 자막이 있는 해외영화를 찾게 됐다”며 “최근 한국영화가 인기가 많은 걸 알아도 자막이 없어 아쉬웠는데,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영화해설과 자막이 많이 보급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말했다./김용기자‧km4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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