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기 전북연구원장

지난달 15일 경기도가 행안부에 5급 승진 후보자 대상 자체 교육과정을 승인 요청한 것에 대해 지방자치인재개발원이 위치한 완주군은 물론 전북도민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 일단은 행안부에서 승인 보류의 결정이 내려져 다행이지만 사단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번 승인 요청은 경기도의 필요성에서 비롯되었지만 근본적으로는 불합리한 ‘지방공무원 교육훈련법’이 논란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 제8조제3항은 5급 이상 지방공무원과 5급 승진후보자 교육훈련은 행정안전부장관 소속의 전문교육훈련기관인 지방자치인재개발원에서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시행령 제10조 제2항1호에서 5급 승진후보자에 대한 기본교육훈련은 시·도지사의 요청에 따라 행정안전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는 예외로 규정하고 있어 향후에도 같은 문제가 재연될 소지가 없지 않다.
당장 주민들은 전국 5급 승진 공무원 교육 인원의 17%를 차지하는 경기도가 자체 교육을 실시하게 되면 다른 자치단체의 이탈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교육생들이 대거 빠지면 지방자치인재개발원은 기능이 축소될 뿐 아니라 지역 숙박업소와 음식점도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한 5급 승진후보자 교육 훈련은 공직사회의 핵심간부를 양성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으로 국정철학과 정책의 일관성 있는 확산과 공유를 위해서는 반드시 지방자치인재개발원에서 통합적이고 통일된 교육이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주장에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지방공무원 시도 자체교육 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균형발전이란 국정목표에 정면 역행하는 요구라는 점에 있다. 정부는 심각한 수도권과 지방간 불균형 발전을 해소하고자 특단의 조치로서 어렵게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하였으며 지방자치인재개발원은 그 중 핵심 기관의 하나이다. 지방자치인재개발원이 국가기관임에도 지방이전을 결정한 것은 지방공무원에 대한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국정목표인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미치는 효과성과 상징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거리가 멀어 비용이 많이 들고 적기에 교육 실시가 어려울 수 있어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해 오기 이전에 지방자치인재개발원은 오랫동안 경기도 수원에 위치해 있었다. 필자가 한동안 그 곳에 근무한 경험이 있어 잘 알지만 지난 수십 년간 전국의 지방공무원들은 그곳에서 비용과 불편함을 감수하고 교육을 받았던 점을 감안할 때 이제 새삼 비효율성을 거론하는 것은 옹색한 사유로 느껴진다. 국가방침에 따라 어렵사리 기관을 지방으로 이전시켜 놓고 교육생을 보내지 않는 것은 ‘나무에 오르게 하고 흔드는 격’이며, ‘다락에 올려놓고 사다리를 치우는 처사’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행안부에서 경기도 자체교육 보류 방침을 정했다지만 제도적으로 시도가 자체교육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둔 현행 법령의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앞으로도 자치분권, 경비절감, 지역상권 활성화 등을 이유로 내세워 자치단체 간 갈등을 부추기는 상황이 또다시 발생할 수 있고, 중앙정부와 지역주민 간 갈등이 다시 점화될 소지가 없지 않기 때문에 지방공무원 교육훈련법 시행령의 조속한 개정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차제에 전북혁신도시에 국공립연구기관 종합연수원이나 지방의정연수원과 같은 전문교육연수기관을 설치하거나 관련 시설을 유치하여 이곳을 공공부문교육의 클러스터로 조성함으로써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거점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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