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의 보수정비를 마치고 일반에 공개된 익산미륵사지 석탑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탑을 지탱하기 위해 석탑 안에 채워 넣는 돌이 당초 설계와 다르게 일관성 없이 복원되면서 구조안전성에 까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지난 21일 '국가지정문화재 보수복원사업 추진실태' 감사 보고서를 통해 익산미륵사지석탑의 보수정비가 구체적인 사전검토 및 절차 없이 원형의 구조를 망가뜨린 부정적 복원이었단 결론을 내렸다. 문화재청은 당초 탑의 기둥격인 적심에 들어갈 기존 석재들이 모양이 일정치 않고 품질이 떨어져 새로운 석재를 사용하겠다고 했지만 감사결과 2층까지만 신석재가 사용됐고 3층부터는 기존의 석재를 다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석탑의 상하부가 층별로 달라졌고 모양이 일정치 않은 석재 사용으로 벌어진 틈새를 황토로 메우다 보니 내구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발견됐다는 게 감사원의 감사결과다. 보수방식을 변경 하게 되면 구조 안전성을 검토하고 이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과정이 생략되면서 결국 부실복원 논란이 제기된 셈이다.
문화재청은 물론 반박한다. 적심의 구성을 변경한 것은 석탑의 구조적 안정성과 역사적 가치 보존을 함께 고려한 결과로 원래 있던 적심들의 역사적 의미도 중요해 문화재위원회 검토를 거쳐 설계변경도서에 준하는 도면을 작성해 시행했다는 주장이다. 역사성을 고려할 때 원석 사용비중을 높이고 돌 사이를 메운 충전재로 황토를 활용한 것 역시 화학 충전재보다 석탑에는 더 어울린다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북의 역사적 자존심으로 우뚝 선 미륵사지석탑의 부실 논란은 도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것이 사실이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탑으로 구조 안정성에 문제가 있어 2001년부터 223억 원을 투입해 해체와 보수작업을 마치고 지난23일 공개된 미륵사지석탑이 다시 구조적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결국 ‘처음부터 다시’를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 수리와 복원의 기준이 되는 '원형'에 대한 정의가 아직도 논란이지만 미륵사지석탑은 단일 문화재로 가장 오랜 정비기록을 세운 탑이다. 긴 시간이 걸려 재탄생한 석탑이 또다시 안전논란에 휩싸인 건 분명 심각한 문제다. 중지를 모아 조속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1300여년만의 재탄생에 대한 기대가 실망이 되는 건 순간이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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