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훼손이 적은 살아있는 강, 섬진강을 지켜본 송만규 화백의 가을 섬진강이 17일부터 10월 14일까지 관람객을 만난다.
  KBS전주방송총국이 방송 80년을 맞아 마련한 가을섬진강 송만규 전은 전주방송총국 갤러리에서 펼쳐진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송만규 작가의 섬진팔경 시리즈 중 특히 가을풍경 26점을 선별해 특별 전시한다.
  그의 작품 안에는 섬진강에 기대어 살아 온 사람들의 삶과 섬진강물에 온 생애를 부비며 사는 자연의 풍요로움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해가 지고 일손을 놓은 이들이 집으로 돌아가자 적막이다. 종일 뙤약볕에서 달리 몸은 저녁 숟가락을 놓자마자 텔레비전 볼 시간도 없이 그냥 곯아떨어진단다. 그리곤 새벽 서너 시경이면 일어나나 보다. 앞집 구암댁이 수돗가에서 달가닥 거리는 소리가 난다. 팔순이 넘은 분이 일찍부터 무슨 일인가 싶어서 또 잠이 깬다...” (송만규 저서-섬진강 들꽃에게 말을 걸다 중에서)
  1993년부터 순창 섬진강가에 작업실을 마련한 송만규 화가는 섬진강물을 먹물삼아 섬진강만을 그려왔다. 묵언수행처럼 이어지는 새벽강가의 운무와 물방울들, 그리고 사시사철 변해가는 강물들의 움직임을 그려낸 송만규식 섬진팔경은 임실 붕어섬과 구담마을, 순창 장구목, 구례 사성암과 지리산에서 내려다본 풍경, 광양 무동산, 하동 평사리와 송림 공원 등이다.
  작가의 팔경은 길이 2m 정도의 작품이 주를 이루지만 어떤 것은 11m, 24m의 대작까지 다양하다.
  그는 섬진팔경을 사계절동안 걷고 또 걸으며 발과 눈으로 느껴왔고, 그때 느낀 물결의 흐름을 한국화가 특유의 섬세함으로 되살려 32점의 대작을 완성한 바 있다.
  때로는 새벽강의 고요함으로, 때로는 해발 1212m의 지리산 왕시루봉에서 바라본 장대함으로 섬진강을 오롯이 그려낸 송만규 화가.
  조은정 평론가는 “사계절의 본질을 섬진강이란 주제를 통해 기록해내었던 시각은 <장구목>에서는 다르게 작동한다”며 “이른 봄의 풀들과 작은 돌덩이들 하나하나의 생명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리고 봄날의 화사한 햇살 아래 섬진강의 돌덩이들은 서로 엉키고 기댄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가을날 높은 곳에 올라 내려다본 장구목은 굽이치는 물결 속에서 바위 하나하나가 훤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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