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소영 갤러리 숨 관장

“플랫폼을 거쳐 간 작가들이 벌써 42명입니다. 이들 대부분이 전북도 해외전시 작가로 선정되거나 다른 미술관, 문화예술 단체 등에서 지원하는 작가로도 선발됐습니다. 공부를 위해 해외로 유학가는 작가들도 있구요. 저마다 예쁜 모습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낍니다.”
  6번째 기획초대전 ‘PLATFORM(플랫폼)’의 2018년 마지막 일곱 번째 순서 국형원 작가의 ‘Slowly’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 숨에서 지난 12일 정소영 관장을 만났다.
  플랫폼은 2013년부터 전업작가로의 출발을 고민하는 30대부터 자신의 예술 세계를 완성해 가는 50대 중반까지 7명의 도내 작가들을 선정해 1년 후 각자 2주간 신작 전시를 열어주는 숨의 기획초대전.
  초기부터 약간의 무모한 듯 보이는 대형(?)기획전 등을 마련한 이유는 갤러리 숨의 정체성과 깊은 연관이 있다. 병원 건물 1층이라는 공간 위치 특성을 ‘예술을 통한 힐링’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관람객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에서 좋은 작품을 부담 없이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내는 일이 중요했다. 가능하면 전시에 대한 정보를 작가로부터 귀찮을 정도로 수집하는 것도 관람객들이 작품을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주기 위한 일이다. 잠재력 넘치는 작가들이 기획전시를 편안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해 ‘숨’을 고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일과 함께. 그래서 플랫폼을 거쳐 가는 모든 작가를 다 빛내주고 싶었다는 정 관장은 자신을 ‘서포터’라고 생각한다.
  첫 해 선정 작가는 김미라, 김영란, 이광철, 이일순, 이주리, 정현주, 조헌 등 7명. 지난 2015년에는 2년 간 선정된 14명의 작가들과 함께 서울 인사아트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플랫폼’ 기획전을 열기도 했다. 
  “당시 전시 준비는 물론 일주일 내내 서울에 머물며 작가들과 서울 관객들과 같이 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힘들었지만 또 한편으로 즐거웠던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소중한 42명의 인연을 이어가는 기획전을 올해부터 마련한다. ‘공감공유전’. 공감과 공유라는 이름에서 ‘높낮이’를 따지기 싫어하는 ‘서포터’ 정 관장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하반기에 열릴 예정인 첫 순서에는 김영란, 임대준, 최지선 작가 등 3명이 같이 한다. 이들은 2주씩 자신의 변화를 숨에 풀어 놓는다.
  갤러리 숨은 플랫폼 외에도 지난 2014년부터 매년 ‘신진작가 후원전 두근두근’을 열고 있다. 김효원(서양화), 김은비(한국화) 작가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황조은 작가가 첫 개인전 ‘HIDE WELL 꼭_꼭_숨다’를 열기도 했다. 희망자가 많아 선착순을 고려하고 있기도 하다.
  개관 이후 지난 6년간 갤러리 숨은 변화했다. 첫 해 기획초대전을 진행하면서 스스로 허둥지둥 댔다고 회상하는 정 관장은 그래도 6년을 돌이켜 보면 갤러리로서 “기본은 지켰다”고 말한다. 전업작가들의 기획을 맨 앞에 두고 대관을 하지 않는 것도 숨의 기본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하지만 가슴 한편에 늘 남는 아쉬움이 있다. 그는 이것을 ‘철수병’이라고 진단한다.
  “개관 당시부터 ‘저 다운 방법’을 잃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가끔 전시를 마치고 나면 ‘철수병’에 걸립니다. 작가들의 작품이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제가 부족한 것은 없는지 되돌아봅니다. 그렇지만 원칙은 지키고 싶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국형원 작가의 ‘Slowly’전은 14일 막을 내렸다. 이어 16일부터 28일까지 현직 의사들의 인체와 인생에 관한 생각을 알 수 있는 기획전 ‘의사의 표현’이 열린다. 김경희(소아과전문의), 김달현(치과전문의), 김진선(치과전문의), 송정훈(성형외과전문의), 양재현(정형외과전문의), 천경두(이비인후과전문의)등 6명의 의학인과 함께 진행한다.
  갤러리 숨은 8월 휴가를 거쳐 넷째 주 ‘신진작가 후원전’으로 돌아온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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