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와 재도전의 봄

오피니언l승인2018.04.17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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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주 중소기업진흥공단 전북지역본부장

그 기본적인 개념이 생길 당시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수익을 극대화해서 잉여 이익 중 일부를 자선 활동의 한 형태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생각되었었다. 그러다 경제 불평등이 심화된 2010년대 들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는 CSV(Creating Shared Value)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즉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자선이나 선택적인 것으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원천적인 설립 목적 안에 하나의 사회적 가치로 녹여야 하는 것으로 프레임이 바뀐 것이다.

칼레츠키가 주창한 자본주의 4.0에서도 우리는 유사한 맥락을 읽을 수 있다. 그에 따르면 자본주의 체제는 고전적 자유주의(자본주의 1.0)에서 수정자본주의(자본주의 2.0)와 신자유주의(자본주의 3.0)를 거쳐 공생적 자본주의(자본주의 4.0)로 그 형태가 변화한다. 현재의 자본주의는 기본적인 자본주의 체제 위에서 나눔과 사회공헌이라는 부가가치, 즉 사회적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지난 3월, 지속가능한 경제와 국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정부는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한 정부혁신 종합 추진계획을 확정했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국가경제 발전에 더 힘써 왔다면 지금부터는 사회적 가치 분야에도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에서 말하는 사회적 가치란 사회, 경제, 환경,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를 말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당장 내년부터 사회적 가치 실현을 중심으로 정책과 재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정한다고 발표했다.

최고의 효율이 아닌, 최적의 사회적 가치 실현의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자 하는 시도는 과거에도 물론 있어왔겠으나 우리의 정착된 공공정책의 역사로 보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사회적 기업이라는 하이브리드 기업이 미약하나마 우리 경제의 일원으로 떠올랐다. 이타적 소비에 관한 이슈 또한 이미 담론이 되었다. 어느 월간지에서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김용섭 소장이 한국 사회의 라이프 트렌드를 표현하는 키워드로 ‘적당한 불편’을 제시하는 인터뷰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다.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적당한 불편은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고, 그런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필자가 중소벤처기업 지원이라는 분야에 발을 들여놓고 오랜 기간이 흐른 후에도 실패한 경험이 있는 기업가를 만나고 지원하는 일은 ‘꽤나 불편’한 업무로 받아들였었다는 것을 고백한다. 다시 시작하려는 기업가를 도와줄 정책 툴도 부족했거니와 기업의 실패 경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앞서기도 했었다.

사실 개별 기업의 실패는 일차적으로는 일자리 소멸, GDP 감소, 지역경기 침체 등 국가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심리적 불안, 가정 해체 등의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기업가의 축적된 기술과 경험 등 사회적 자산의 사장은 물론이고, 이로 인해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것 또한 두 말할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랜 기간 기업가의 재기 지원을 위한 공공정책을 어렵고 불편하게 여겨 왔던 것이 사실이다. 관련 공공정책이 경제정책이기 이전에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촘촘히 하는 사회적 가치 그 자체임에도 말이다.

오는 4월 20일 중소기업진흥공단(이사장 이상직)은 전라북도에 전국에서 열 번째로 재도전종합지원센터를 개소한다. 재도전센터에서는 창업했다가 실패하고, 그 실패한 경험을 토대로 다시 도전하는 창업가에 대해 정책자금 융자, 세무 및 회계 컨설팅, 교육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려고 한다. 또 경영 위기에 처한 기업가가 구조조정, M&A 등의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지, 아니면 법률적 회생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등과 같은 갈림길에서 기업가 본인과 우리 경제에 있어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멘토링 서비스와 컨설팅 툴도 제공하려고 한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전라북도를 필두로 올해와 내년에 걸쳐 8개소를 추가 개소, 재도전지원사업의 전국적 기반을 확충하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 나갈 예정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전북지역본부 사무실 한 가운데에는 자그마한 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카페 이름은 '프롬나우'이다. 카페 이름 아래 간결하게 문구가 새겨져 있다. “시작합니다. 다시 시작합니다. From NOW.”

다시 시작하고자 하는 도전적 기업가정신을 가진 분들은 이제 중소기업진흥공단 전북지역본부에서 재도전의 봄을 만나실 수 있다. 커피 한 잔, 그리고 따뜻한 응원의 한 마디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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