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욱 전주대학교 인문대학장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제출한 헌법 개헌안 제1조 제3항은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세칭 수도권이라 분류되는 서울, 경기 중심의 중앙집권체제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지방자치의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1949년 7월 4일 제헌국회가 지방자치법을 처음 제정한 이후 지금까지 지방자치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에서 노태우 후보는 선거공약으로 지방자치 실시를 내세웠지만, 1989년에 마련된 지방자치법의 일부를 개정하고 자치단체장선거는 1995년으로 미루는 의안을 국회에 상정하여 통과시킴으로써 6공화국의 지방자치는 지방의회만 있고 자치단체는 구성되지 못한 불구적 형태로 출발하였다. 전면적인 지방자치는 문민정부가 출범한 후에 실시된 1995년 6월 27일 4대 지방선거(기초의회, 광역의회, 기초단체장, 광역단체장)에 의하여 비로소 시작되었다. 그러나 권력분산의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의 지방자치는 완전하지 못하다. 남북 분단의 특수한 상황으로 인하여 지방으로 이전되는 권력은 행정권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미국이나 기타 선진국의 지방자치처럼 경찰권 등 물리력을 가진 권력기구를 분산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에 기대를 갖는 것은, 단순한 정치논리가 아니라, 실질적인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실천적인 정책들을 제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 하나가 지역대학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는 지역거점대학육성과 공영형사립대학 설립이다. 지역거점대학육성이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대학에 자원을 집중하여 지역분권시대를 선도해나갈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라면, 공영형사립대학은 기본적으로 권역별 지역대학(Community College)을 육성하는 것으로, 교육여건과 질을 전국적으로 균등하게 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학력을 가진 학생은 어느 지역에서나 같은 수준의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립대학의 공공성을 높이는 정책이다.
이에 발맞춰 현재 지역의 많은 사립대학들이 공영형사립대학에 관심을 갖는 것은 지역을 대표하는 지역대학으로서의 수권을 확보하고, 국가재정의 투입으로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영형사립대학은 그 위상만큼이나 역할과 책임도 중요하다. 지역을 대표하는 만큼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과 커리큘럼을 개발해야 하고, 지역기업과 협력하고 상생할 수 있는 산학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하여야 한다. 배출한 인재가 지역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졸업생을 위한 보수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며, 지역민을 위한 평생교육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전주를 대표할 수 있는 대학이 전주를 대표하는 공영형사립대학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 수도권과 지방은 경제격차와 교육격차, 문화격차 등으로 인해 소외되고 차별받아왔다. ‘지방대학’이라는 자조적인 표현도 그 차별 중 하나였다. 그러나 21세기 지역분권시대를 맞이하여 이제 지방대학은 지역대학으로 탈바꿈하여야 할 때이다. 이제 서울과 지방의 구분은 의미 없다. 한국을 구성하는 각각의 지역만이 존재할 뿐이다. 명실 공히 전주와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지역대학의 출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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