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행각을 은폐하기 위해 한때 머리를 맞댄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서로 헐뜯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들의 범행으로 다섯 살 배기 고준희양은 꽃도 피우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14일 전주지법 제1형사부(박정제 부장판사) 심리로 고준희양 사건 2차 공판이 열렸다. 고준희양 사건은 지난해 전북에서 발생해 지역은 물론 국민적 공분을 산 친부 등으로부터의 아동학대치사 및 암매장 사건이다.

미결수 신분인 피고인들은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섰다. 자신들을 향한 비판적인 시선을 의식한 듯 친부 고모(37)씨는 안경으로, 내연녀 이모(36)씨와 내연녀 모친 김모(62)씨는 마스크로 자신들의 얼굴을 가렸다.

이들은 한 시간 남짓 진행된 공판에서 자신들의 방어권을 보호하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상대방의 수사기관 진술에 의문을 표하면서 도리어 재판부에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그때마다 방청객 곳곳에서 탄식과 욕설이 터져 나왔다.

직접 발언권을 얻은 친부 고씨는 “(2017년)4월 24일과 25일 준희… 제 딸을 짓밟은 사실이 없다. 당시 준희는 8자 형태로 앉아 있을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상태였다. 이 시점에는 누워서 생활했다. 수사기관에서 이씨가 왜 그렇게 진술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공소사실 모두를 인정하지만 갈비뼈 골절과 그에 따른 호흡곤란 및 흉복부 손상을 야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2017년 4월 24일과 25일 사이 폭행은 없었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고씨가 잠을 이루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들의 공동 주거지 거실에 앉아 있던 고준희양의 다리와 등 부위 등을 수차례 짓밟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의 고준희양 사망 추정일은 하루 뒤인 26일 오전이다.

의견 및 소감을 구하는 재판부의 질문에 내연녀 이씨 역시 상대방인 고씨에게 잘못을 전가했다. 이씨는 눈물을 흘리며 “고씨로부터의 폭행과 학대에 더 적극 보호했어야 했다. 방임하고 방관해 세상을 떠나게 했다는 책임에 반성하고 있다. 하지만 물리적, 신체적 폭력을 행사한 바 없다. 그런데 왜 고씨는 자신이 다 때려놓고 저한테 덮어씌우는지, 고씨의 범죄로 저와 엄마, 준희, 다른 자녀들에게 미안하지 않은지 꼭 묻고 싶다. 왜 그래야 했는지… 진실을 밝혀 달라”고 답했다.

반면 고준희양의 시신 유기를 도운 혐의로 기소된 내연녀 이씨의 모친 김씨만이 “반성한다”면서 자신의 범행 일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첨예한 대립을 보임에 따라 검찰과 이씨 측이 신청한 고준희양 친모와 고씨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고준희양 친모가 증인으로 출석하는 3차 공판은 오는 28일 오후 4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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