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이 방울 흔들며 / 우는 듯 하소하듯 / 너울너울 철괴선 춤추며 / 두 다리 비스듬히 서더니 / 눈썹을 찡긋 두 손을 모으고 / 동쪽으로 달리다 서쪽으로 내닫는데”
  양주.송파 별산대놀이와 해서탈춤에서 전승되는 무당 굿거리 광경이다. 이 이야기는 할미가 첩을 질투해 싸우다 죽자, 무당이 등장해 방울을 흔들며 굿을 거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무당의 움직임이 잘 묘사돼 있다.
  무당은 신령을 섬겨 길흉을 점치고 굿을 주관하는 사람이다. 무인, 무, 무격, 무녀, 단골, 심방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무당은 원시적 샤머니즘의 한 형태다. 인간과 신 사이를 연결해주는 브로커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전통적으로 무당이 하는 일은 꽤 많다. 우선 무당은 사제의 역할을 한다. 제의를 치르는 데 무당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 점술가이기도 하다. 무당은 신과 접촉해 재난을 미리 탐지해내는 것은 물론 방지하는 일도 한다. 예언자로서의 직능도 있다. 반신반인의 무당은 신과의 교섭을 통해 미래를 읽는다.
  우리나라에서 무당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이미 부족국가시절부터 무당은 군인 동시에 신과의 교섭을 맡는 사제였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무당관련 기록은 삼국유사에 나오는 다음 대목이다. “김대문이 말한 차차웅이나 자충이라 함은 우리말로 무당을 말하며 사람들은 무당을 통해 귀신을 섬기고 제사를 올린다.”
  이렇게 오랜 연원을 가진 무당은 그래서 일상 가까이에 있다. 흔히 우리가 쓰는 말 가운데서도 굿과 무당에서 유래한 말이 많다. 문제를 푼다는 말은 푸닥거리에서 나왔고 넋두리나 푸념, 만수받이 등도 모두 무당으로부터 비롯된 말들이다.
  최근 무당과 역술인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대한경신연합회와 한국 역술인 협회 등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무당이나 점술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모두 5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여기에 회원 가입을 하지 않은 인원까지 합하면 100만 명이 넘을 것이라는 추산이다. 10여 년 전과 비교해 1.5배에서 2배까지 증가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그 이유로 최근 경기 침체로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자 이 분야로 전직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때문으로 보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아 세상이 불안하고 몰락의 길로 접어들 때 무당이 성하다고 한다. 그러니 현재의 추세는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무당을 신앙의 대상으로 보는가 여부는 차치하고 하나의 직업군으로 정착하는 것 자체는 생각해볼 일이다. 업계 스스로 무격신앙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데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이라고 한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