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귀에도 익숙한 중국 장이모우 감독 작품 ‘붉은 수수밭’은 여러 모로 주목을 끈 작품이다. 공리와 강문이 주연한 이 영화는 빈농에서 태어난 여자의 기구한 운명을 그린 수작이다. 영화는 붉은 색조의 조화와 절제된 대사 그리고 거기에 깃든 항일정신 등이 어우러져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은 결국 1988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의 영광을 안았다.
  장이모우 감독은 중국 영화사에서 제5세대 감독으로 꼽힌다. 그에 앞서 중국 영화의 역사는 아주 길다. 뤼미에르 형제가 영화를 처음 만든 게 1895년인데 1896년 이미 중국 상하이에서는 ‘서양의 그림자극’이라는 이름으로 영화가 상영됐다. 그리고 중국 영화가 처음 선을 보인 것은 1908년 경극을 각색해 영화화한 시기로 잡는다.
  이후 중국 영화는 1919년 5?4 운동과 공산화 그리고 1966년 문화혁명 등 여러 차례 고비를 넘기면서 변모를 거듭했다. 하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국가 선전 매체로서의 역할이 컸다.
  그러다가 나온 게 바로 1980년대 이후 제5세대 영화다. 중국 영화의 암흑기를 단숨에 깨고 나온 게 바로 이 영화들이다. 이 때 영화들은 국가 중심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민중들의 생활과 보편적인 문제들에 천착했다. 첸카이커 감독 작품 ‘황토지’가 대표적이었고 뒤를 이어 장이모우 감독의 데뷔작 ‘붉은 수수밭’ 등 여러 작품들이 나왔다. 제5세대 영화는 국제적으로 좋은 평가와 주목 대상이 됐지만 정부와의 마찰은 피할 수 없었다.
  현재 중국 영화는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상당한 발전을 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 등 첨단기술을 활용하고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한 요즘 중국 영화들은 해외 진출도 활발할뿐더러 내국인 관객도 많이 동원하고 있다.
  최근 중국 영화계의 최대 화제작인 블록버스터 액션영화 ‘특수부대 전랑2’가 국내에서 개봉된다고 한다. 이 영화는 특수부대가 아프리카에서 활약한 내용으로 전형적인 할리우드 히어로 영화 문법을 따르고 있다. 또 화려한 액션장면들과 특수효과 등은 할리우드에 버금간다는 평가다. 그러니까 중국 영화가 블록버스터화 한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중국 내에서 1억 5000만 명의 넘는 관객을 동원해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배급사 측은 “중국 정서가 묻어 있을 수는 있지만 내용보다는 강렬한 액션장면이 많아 볼만한 영화‘라며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중국 영화의 잠재력은 만만치 않다. 넓은 내수시장에 국가의 전폭적 지원, 막강한 자금과 맨파워 등이 강점이다. 그렇다고 할리우드 흉내 내기로만 성공을 거두긴 어렵다고 본다. 앞으로 중국 영화의 변신이 어디까지 갈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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