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지진 발생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등 재난약자들은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누구에게 어떻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지자체나 정부의 지원은 물론 최소한의 안내 및 재난대응 공식 매뉴얼조차 없기 때문이다.

26일 전북도에 따르면 도는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을 담은 ‘지진재난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매뉴얼에는 지진 대비부터 지진 발생 시 행동, 대피 후 해야 할 일, 수습복구 등이 담겨 있다.

그러나 매뉴얼에는 지진이 발생할 경우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 재난 취약계층을 위한 행동요령은 단 한 줄도 찾아볼 수 없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같은 재난 상황이라도 처하게 되는 조건이 매우 상이하지만 모든 정보는 장애인과 노약자 등 재난 취약계층을 배제한 것이다. 즉, 장애인을 위한 매뉴얼이 없다 보니 지진이 발생했을 때 장애인들은 집안에서 나오지 못하고 공포에 떨어야 한다는 얘기다.

때문에 장애인들은 재난 시 안전문제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7월 한국장애인연맹이 전국 장애인과 장애계 종사자 등 200명을 대상으로 장애인 안전과 관련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들의 27.3%는 ‘재난 시 장애인 대응체계 미흡’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표준화된 재난대응 체계의 부재’를 지적하는 응답자도 26.1%에 달했다.

또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재난 취약계층을 위한 대비책도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다. 전북도 소방본부는 장애인 등을 등록해 화재 비상시 이들을 우선 구조할 수 있도록 ‘안전맵’을 마련 중이지만 안내와 재난 대응 방법 등을 담은 구체적인 매뉴얼은 없다.

다만 화재 발생시 시각장애인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점자매뉴얼’을 일부 시·군에 보급하고 있는 정도다.

도내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지진 등 재난 상황에서 최소한의 대피 여건도 갖추지 못하고 있지만 지자체에서는 최소한의 재난관리 매뉴얼조차 만들지 않은 채 이들을 위험에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면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장애인 등 재난약자들도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김대연기자·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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