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한지문화축제조직위원회가 축제 폐막 후 두 달여 간 미지급한 공모전 상금 일부를 취재 시작 후 바로 지급해 도마 위에 올랐다.   

명백한 늑장지급이며 해결할 수 있으면서 미뤘다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정해진 금액이고 지난해 대비 예산이 증가했음에도 대비를 못한 건 문제인 만큼, 조직위의 예산운용 나아가 운영능력을 재고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전주시와 전주한지문화축제조직위원회가 주최하는 ‘제23회 대한민국한지예술대전’은 전주한지문화축제 공모전으로 3월부터 공모하고 5월 3일 결과를 발표했으며 축제 기간인 5월 19일부터 21일까지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수상작을 전시했다.

그러나 공모전 수상작 중 공예부문 대상과 최우수상 상금 1,400만 원은 4일 오전까지 제공되지 않았다. 본지가 취재에 돌입한 4일 오후에야 입금됐다. 통상 한 달 내 이뤄지는 지급이 축제가 끝난 지 두 달이 흐르고, 공모전 결과를 발표한 지 석 달이 돼서야 뭔가를 의식한 듯 급하게 주어진 것이다.

미지급 수상자 중 한 명은 “상 받은 거 자체가 기뻐서 상금에 대해 따로 묻지 않고 기다렸다. 관련 문자를 받은 적은 있다. 그런데 오늘 오후 돈이 들어왔다”고 답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7월 초 전주시에 전화가 한 통 왔다. 한지예술대전 상금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조직위에 확인해보니 수상자들에게 사정을 설명했고 7월 말까지 마무리할 거라 해서 그런 줄 알았다. 며칠 전 물으니 8월 11일까지 한다고 하더라”면서 “서울 국회에서 처음 마련한 전시와 컨퍼런스 때문에 여력이 없었던 거 같지만 늦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이미 늦은 지급이며 본 공모전에서 처음 있는 일이고 다른 공모전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라고 했다. 바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을 두 달이 넘도록 연기한 이유를 해명하라고 덧붙였다.

공모전의 경우 올해 한지공예에서 한지공예, 한지미술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전국한지공예대전에서 대한민국한지예술대전으로 이름을 바꾸는 등 여러 면에서 달라졌고 확장 관련해 시대착오적이라는 우려가 컸다. 어느 때보다 철저히 준비해야 했으나 기본마저 지키지 않았다.

고정금액이고 예산이 작년 3억여 원에서 금년 3억 4,000여만 원으로 오른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취재와 함께 상금을 제공하자 단순히 돈이 부족하고 활용을 못 한 게 아니라 안일하게 대응한 거 같다고 입을 모았다. 

복수의 문화예술인들은 “다른 지역 수상자도 여럿인데…대회는 물론 전주시 명예를 훼손했다. 기사 날 걸 우려해 입금했든 아니든 줄 수 있었다는 건데 여태까지 미룬 건 어떻게 설명할 건가. 체계를 갖춘 조직에서 가능한 일인가”라고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설상가상으로 축제에 참여한 일부 일부업체도 보수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일부 업체는 “먼저 얘기하기 껄끄러워서 기다리고 있다. 아무리 늦어도 두 달 안에 주는 게 관례인데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했다.

상금부터 임금까지 재정문제가 불거지자 조직위의 예산활용 나아가 운영능력이 부족한 거 아니냐는 의견을 제기했다. 지난 2년 간 보여준 축제 기획 및 운영방식이 다소 미숙했으며 현 상황이 벌어진 것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 

실제로 한지문화축제 조직위는 지난해 전주대에서 전북대로 바뀌었으며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수장급이 교체됐다. 그들이 이끈 축제는 정체성이 불분명하고 운영이 부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상당수 문화예술인들은 “분명한 기준을 갖고 우선순위를 정한 다음 집행해야 하는데 급한 대로, 그 때 그 때 쓴 거 같다. 수상금 같은 기본적인 걸 해결하지 못하고 공모전 전시도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나열 혹은 수납 수준에 그쳤으면서 공모전 부피를 키운 게 이해되지 않는다. 서울에서 전시와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것 또한 시기상조”라고 꼬집었다.

이어 “비단 예산의 문제는 아닐 것. 이번 사건과 2년 간 행보는 변화가 절실함을 보여준다. 한지를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기본에 충실해 달라”고 했다.

박용근 전주한지문화축제 집행위원장은 “작년에는 축제 끝나고 다음 날 입금했는데 금년에는 직원이 착각한 거 같다. 나도 7월 돼서야 이 사실을 알았다. 국회에서 연 ‘한지 부채명인명품전’ 수익으로 상금을 해결하려 했던 거 같은데 판매가 더뎌서 느려진 것”이라며 “어찌됐든 관리자 불찰이다. 그렇다고 해서 예산을 체계 없이 쓴 건 아니다. 오늘(4일) 처리했고 업체들과는 얘기 중이다”라고 답했다.

/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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