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11공기 국 7그릇 김치 1포기 물 12컵 라면 3개 컵라면 1개 핫바 3개 삼겹살 2인분 계란 7개 복숭아 3개 포도 2송이 아이스크림 4개 내 배 속엔 지금 이 모든 것이 들어 있다. 무섭지!’라는 내용의 시 <변비>를 보면 글쓴이는 더도 덜도 아닌 아이다. 먹은 걸 내보내지 않았으니 그대로일 거란 발상이 기발하고 순진해서다.

그러다가도 ‘방금 네가 어, 친구 왔네 하면서 발로 툭 찼던 그 돌멩이가<돌멩이> 중’라며 하잘것없어 보이는 존재에게 애정 어린 눈길을 보내고, ‘그 밭은 그늘져서 아무것도 안 커. 애들이나 놀게 혀<텃밭> 중’라던 텃발 할머니의 말씀을 빌려 아이들에게 개입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영락없는 선생님이다.

어린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과 남다른 발상을 가지면서 그들에 맞는 교육관을 고민하는 것. 문학동네 동시집 54 ‘천재 시인의 한글연구’을 펴낸 경종호 시인이 문인이자 교사, 부모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읽을거리라고는 교과서밖에 없어 새 교과서를 받으면 일주일 만에 읽고 형과 누나의 교과서까지 읽어버렸던 초등학생은 대학 시절 크고 작은 문학상을 차지했다. 동시는 오십을 바라보게 돼서야 쓰기 시작했다. 열두 살 딸 덕분이다.

함께하진 못했으나 함께하고 싶었던 순간들을 꿈꿨고 애틋한 마음은 학교의 또 다른 아들, 딸로 번져갔다. 파란만장한 인생의 민낯을 다루지만 긍정적인 마음과 격려, 너스레도 잊지 않는다. 진짜 선생님이자 부모님, 어른의 모습으로.

김제 출신으로 200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꽃 이름, 팔레스타인>으로 당선됐으며 2014년 동시마중에 동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야> 외 2편이 추천돼 시와 동시를 함께하고 있다. 대학 시절 오월문학상과 대밭문화상을 수상했으며 전북작가회의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현재 글바람문학회와 전북일보문인회 동인이다. 그림은 김규택이 그렸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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