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우 직관과 분석 대표

영어교육에 대한 두 유형의 학부모 이야기가 있다. 한 학부모는 굉장히 부지런하여 여기저기서 많은 정보를 얻어 다양한 접근법을 시도하고 좋다는 것은 다 시켜보는 유형(편의상 A형이라 부르자)이고 다른 한 유형은 좋다는 것 한두 가지를 선별해서 꾸준히 시키는 유형(편의상 B유형)이다, 당연히 A형 학부모가 많은 정보를 기반으로 아이에게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할 것이고, 학부모들 사이에서 오피니언 리더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A유형의 학부모 한명이 나에게 이런 불평을 늘어놓은 적이 있다. “많이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서 우리 아이에게 3개월을 CNN을 들려줬는데 아이가 잘 들으려 하지 않아 힘들뿐 아니라 딱히 실력이 느는 것 같지도 않아요,” 라는 것이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아이는 아이대로 고생이고 그 학부모도 아이가 언어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으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위와 같은 학습법이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반면 B유형의 학부형은 아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영화(이 아이의 경우 겨울왕국이었다)를 시간이 되면 틀어주는 것을 반복하였다. 아이가 좋아하는 영화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아서 즐기기 쉬었다. 다만 자막을 넣었다가 뺐다가 영어자막으로 바꾸어주었다가 한글 자막을 넣어주었다가를 반복해 줄 뿐이었다. 물론 같은 영화를 수십번 반복해서 보기때문에 지루해 하기도 하지만 그럴때마다 다른 영화를 보여주더라도 꼭 겨울왕국의 영상은 일부라도 보게 하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학습아닌 학습을 3개월정도 하였을때 아이가 어느순간 영화의 대사를 영어로 따라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학습의 효과를 실감했다는 것이다.
A유형의 아이의 경우 영어 공부를 시작한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긴 했어도 CNN을 청취했을 때 알아들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대략 20-30 % 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매일 내용이 바뀌는 뉴스의 특성상 3개월을 들어도 여전히 이해하는 내용은 한정적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이런 방식으로 비효율적 학습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무작정 많이 듣거나 무작정 많이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믿음이 그 바탕에 있다.
이런 학습 습관은 놀랍게도 수험생이 되어서도 계속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수능 시험을 예로들자면, 수능 모의고사에서 듣기평가를 자꾸 틀리는 학생이 이런 불평을 한다.  "저는 일주일에 듣기평가를 적어도  3 회(한회에 17문제)씩은 꼭 풀어봅니다. 그런데 실력은 그대로인것 같아요."  실력이 그대로인 것이 당연한 것인데 불평을 하고 있는 꼴이다.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Dictation, 즉 받아쓰기를 꼭 해보냐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듣기 모의고사를 본 다음 채점만 하고 다시는 그 문제를 되돌아보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심지어는 이른 아침에 등교한 학생들에게 듣기평가를 들려주는 학교들도 많이 있다는 것이다. 듣기 평가를 들려주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후속조치가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처음에 얘기했던 B유형의 아이의 학습법을 따라가 보자. 핵심은 이해정도를 끌어올리는 것과 반복에 있다. 영화를 처음볼때 얼마나 이해하며 보았을까? CNN을 본 경우와 마찬가지로 20-30%정도밖에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보고 또 보고 하는 반복을 통해 이해도가 높아지고 어느순간 따라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물론 CNN을 본 아이는 3개월간 들은 양이 한편의 영화를 반복해 본 아이보다는 산술적으로 100배 가까이 되겠지만 그 중에 자신의 것으로 만든 양이 매우 적다는 것이 함정인 것이다.
다시 수험생의 듣기평가 얘기를 해보면, 핵심은 많은 양을 듣는 것에 존재하지 않는다. 옳바른 방법을 제시하자면 먼저 많은양을 들으려는 욕심을 버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회 정도 분량을 듣고 반드시 받아쓰기를 해 보라는 것이다. 받아쓰기까지 해보고 대본을 확인해서 어느부분을 맞게 받아썼는지 어느부분이 틀렸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꼭 해야한다. 이렇게 까지 하면 이제 드디어 실력을 늘릴 준비가 끝난 것이다. 분명 실력을 늘릴 준비가 끝났다고 했다. 실력은 같은 문제를 반복해 들으면서 늘어가는 것이다. 듣기평가 내용의 거의 100%가까이 들릴때까지 아주 지겨워 질때까지 듣고 또 듣고를 하면서 실력이 느는 것이다.
들은것을 반복해 들으면 언제 그 많은 양을 다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영어 혹은 언어라는 것은 진도가 있거나 많은양을 소화해야 실력이 느는것이 아니고 반복되어 내것이 된 내용을 바탕으로 그 위에 조금씩 조금씩 양이 늘어가면서 터득 되는 것이다. 이제 이런 기본기가 준비되고 아무리 많은 양이 들어와도 소화되는 수준이 되면 그때가 되서야 매일 다를 내용을 듣는것이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수준이 오는 것이다. 조바심을 버리고 반복으로 그 수준을 이루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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