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혹은 전라도로 불리며 풍부한 농지를 토대로 문화예술을 발전시켜오던 중 1896년 전라북도와 전라남도로 분리됐다. 어느덧 120여년이 흐른 가운데 전북은 새만금의 무한한 가능성과 전주세계소리축제, 전주대사습놀이 등 소리 본고장으로, 전남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광주비엔날레로 각각의 위상을 쌓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권력과 발전에서 소외됐던 땅, 위기를 당하면 똘똘 뭉쳐 행동으로 저항해 온 땅, 그 안에서 더욱 독자적이고 깊이 있는 예술을 구축해 온 땅이란 점에서 우리는 여전히 ‘호남’이다.

영역은 나뉘었지만 정신만큼은 같이 해 온 두 지역을 잇는 전시가 열린다.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장석원)이 10일부터 3월 26일까지 본관에서 진행하는 ‘호남의 현역작가들’전.

지난해 12월 9일 광주시립미술관(관장 조진호)과 맺은 상호 업무협력 협약(MOU)의 일환으로 올해 전북과 광주‧전남 현역 미술가교류전을 기획해 도내에서 먼저 선보이고, 내년 광주시립미술관에서 같은 타이틀로 또 다른 미술인들의 작업을 소개할 예정이다.

지역성이 강조되는 시대, 호남으로 한데 아우르고 소통하는 계기를 마련할 뿐 아니라 호남미술을 발전시키고 외연을 확장시킨다는 점에서 뜻깊다. ‘현역’이란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미술 자체가 전업이고 작업에 승부를 거는 3,40대 청년작가들을 선정했다.

전북의 경우 전북도립미술관이 매년 낙점하는 ‘전북청년’ 출신이거나 그 외 전시로 인연을 맺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김성민 김영봉 박성수 서완호 이가립 이주리 조 헌 홍남기(전북), 김명우 박세희 박정용 송영학 설 박 이인성 이조흠 이정기(광주‧전남) 8명씩 16명이 지역미술의 현재를 다양한 장르의 100점으로 소개한다.

전북 중 김성민은 선술집 조명 밑 기다림과 전직 레슬링 선수의 초상을 특유의 거칠고 강렬한 기법으로 구현, 예술가로서의 삶을 드러낸다. 김영봉은 환경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인간이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에너지원을 생태계로 되돌리고자 생태 화장실을 제작했다.

서완호는 저마다의 웅크린 내면을 타인의 얼굴에 사진인 듯 섬세하게 담아내고 이가립은 날카로운 스크래치와 색감으로 스스로 나아가 인생을 말한다.

광주‧전남 중 김명우는 흰 바탕의 바닥에 검은 색 모래로 QR코드를 그린다. 이를 인식하면 연결된 영상을 볼 수 있는데 제목과 다른 담화로 과거와 현재,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과도기를 보여준다.

박세희는 버려진 공간 속 생명이 자라나는 모습을 통해 삶의 유동성과 순환성을 강조하고, 이인성은 개개인의 욕망 혹은 가치관들을 주황색 점으로 형상화해 오늘날을 조명한다. 이조흠은 문구가 전혀 없는 현수막을 길거리에 세워놓는 등 모호한 모습으로 모호한 사회를 대신한다.

장석원 관장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은 더 이상 매력을 갖지 못한다. 지역 고유의 체취와 삶의 결이 곧 예술적 화두로 등장하기도 한다. 특히 전라도는 여전히 현대 예술가들이 주목해야 할 영감의 원천”이라며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동질성을 느낄 수 있는 전북과 전남의 전라도 문화가 현대의 문화적 흐름 속에서 특별한 힘을 발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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