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길선 교수 (전북대학교 고분자나노공학과)

 임오군란이 일어난 1882년, 왕후 민씨(명성황후)는 성난 군사들에게 쫓겨 간신히 장호원으로 도피하였다. 이때 민응식이 불러온 무당이 있었다. 원래는 춘선이라는 평양의 관기이었고 자칭 관우의 딸이라고도 하였다. 이 무당은 명성황후의 환궁날짜를 예언하였는데 우연히 맞아, 아예 궁으로 데리고 들어와 결국에는 아주 천한 천기에 진령군이라는 군봉을 내리게 되는데 이는 조선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그리고는 모든 정사를 의지하게 되었다.

 날마다 굿판과 제사는 물론 이를 빙자하여 온갖 수억 만금의 재화를 갈취하여 부귀영화를 누렸다. 매관매직은 물론, 조정의 고위관료들은 진령군의 아들과 의형제와 의자를 맺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조정의 농단을 무려 11년간이나 자행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바르게 고하는 충신들을 귀양 보내고, 진령군의 거짓 예언에 속아 허약한 세자(후의 순종)의 병을 고친다고 금강산 1만 2천봉에 재화를 바쳐 국고를 탕진하였다.

 이러다가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자 개화파 친일내각에 의하여 잠시 투옥되었다가 명성황후가 일본자객에 의하여 시해될 것을 예측하였는지 잠적한 후, 시해 후에 곧 죽었다고 한다. 명성황후가 권력을 휘두른 구한말의 국제정세는 독자제현이 더 잘 알다시피 미국, 러시아, 일본, 영국, 청의 손아귀에서 위태로운 상황이 있었고 결국 이러한 진령군의 농단은 대한제국의 멸망의 단초를 제공한다.

 한편, 1636년 (인조 14년) 청 태종은 조선과 명나라와의 관계를 못 마땅하게 여긴 나머지 그해 12월 1일에 12만 대군을 끌고 몸소 쳐들어왔다. 인조는 12월 15일에 남한산성으로 피신하였고 동시에 백성들은 아비규환의 대 참상에 빠졌다. 결국은 45일 만인 1637년 1월 30일에 인조는 항복하여 11조문의 항복 문서와 함께 머리에 피를 흘리고, 삼배 구곡하는 삼천도의 치욕을 맛보았다.

 이 45일 동안 남한산성에 피난 시, 척화파와 주화파간의 논쟁 동안에 입은 백성들의 피해는 말 그대로 생지옥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항복을 하여 단 하나라도 피해를 줄이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척화와 주화가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이후에도 엄청난 조공과 수많은 죄 없는 백성이 포로로 잡혀가, 말 그대로 조선반도 전체가 쑥대밭이 되어 단 두어 달의 피해가, 7년 동안 계속 되었던 임진왜란의 참상에 버금가는 피해를 입었다.

 역사적 두 사건의 전례는 현재의 상황하고 어떻게 이렇게 똑같을 수 있단 말인가! 소름 끼치도록 똑 같지 않은가! 더구나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 이 두 사건의 결말은 바로 망국(妄國), 나라의 멸망이었다.

 시사하는 바가 아주 크다. 현재의 국정농단과 대통령의 탄핵, 그리고 국정흐름의 끊어짐에 따른 혼돈과 그리고 정치가와 위정자들의 의미 없는 논쟁이 더 이상 지속된다면, 상기 역사적 두 예의 결말과 같이 될 수도 있는 역사의 준엄한 실례가 있어 더욱 걱정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해나가는 것이 좋을까?

 결론적으로 현재의 정치 시스템이 무언가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니가? 그렇다면 원칙적으로는 정치권의 잘못된 일들은 정치인들 자신이 고쳐야 된다. 본인들이 진심으로 국민과 후세를 위한다면, 법을 바꾸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고치고 자정해야 된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현재의 정치권은 자정기능은 상실하였다.
 
 이 자정기능의 상실 결과가 바로 우리 국민의 도도한 촛불민심이다. 나라가 진령군과 같은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놀아나지 못하게 하고, 망해가는 순간에도 김상헌과 최명길의 척화파냐 주화파냐 라고 하는 무의미한 논쟁을 더 이상 못하게 하는 것과 같은 일들을 정치인들 스스로 하여야 하나 현 상태로는 그렇게 되질 못하니 거대한 촛불민심이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재의 우리나라의 정치제도는 1987년도의 민주화혁명 당시에 만들어 놓은 법이다.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능력, 국민의 의식수준 등, 모든 상황이 변화하였는데도 제왕적 시스템의 선거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제왕적 권력시스템이 우리나라의 경제를 반석에 올려놓는 것에는 적합하였을지는 모르나, 이제는 주위의 상황이 많이 발전하여 더 이상 이러한 시스템이 올바르지 않는 다는 것을 보여줬다.

 정치제도 개혁은 정치인들 스스로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국민들이 하게 되어있다. 모든 세계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이것은 모든 전문 분야에도 똑 같이 적용된다. 전문 분야의 문제는 전문가 집단 스스로 해결하여야 한다. 정치제도를 국민이 주도하는 개혁은 개혁중의 발생한 여러 갈등을 치유하는데 많은 피해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정치인 스스로 개혁하면 국가적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다. 이는 유럽의 몇몇 정치 선진국에서 아주 좋은 예로 볼 수 있다.

 따라서 2017년의 상반기에 치루어질 확률이 높은 대통령 선거와 혹시 병행하여 있을지도 모를 개헌 논의에 대하여, 정치인들은 전심전력으로,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하여 전반적 정치 시스템개혁을 하여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모든 국민들이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위정자들이 잘못한 국가를 다시 일으켰던 우리 현명한 국민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충심으로 충정어린 구국의 정신으로 현재의 도탄에 빠진 나라를 정치인들 스스로가 소통과 협치로서 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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