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시대, 우리가 더 똑똑해져야 하는 이유
/이용욱(전주대 한국어문학과교수)
인터넷은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네트워크로 연결된 의식적 공간이다. 이 공간의 핵심 가치는 네트워크이며, 그 연결의 중심에 하이퍼텍스트가 있다. 하이퍼텍스트의 효시라 할 수 있는 테오도르 넬슨의 <제나두 프로젝트>는 모두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세상의 모든 지식과 정보를 하나로 연결하고자 한 무모한 도전이었다. 처음에는 이상이었지만 IT 기술의 발전으로 현실이 된 것이다.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외부 기억은행'이 인간을 대신해 하이퍼텍스트 형식으로 지식과 정보를 저장해 주기 시작하면서 정독과 숙독의 독서습관은 인터넷에서 빠르게 무력화되기 시작한다.
하이퍼텍스트는 글 읽는 습관도 바꾸었다. 원하는 정보인지를 계속 판단하며 웹의 문장을 빠르게 훑어가기가, 빽빽한 문자가 뇌에 전달하는 정보를 곱씹으면서 문장을 읽어내려 가는 책 읽기를 대체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저자 니콜라스 카는 "웹사이트의 링크들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보내는 시간이, 책읽기가 수반하는 조용한 명상과 사색의 시간을 몰아냈다. 지적 활동에 쓰이던 우리 뇌의 오래된 회로들은 약해지고 해체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동영상·음성·문자, 심지어 클릭·타자(打字)가 손끝에 주는 촉감 정보까지 동시에 입력되면서, 인터넷에 집중 노출된 지난 10년간 우리 뇌는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읽기의 쇠퇴는 읽기를 필요조건으로 쓰기를 충분조건으로 삼는 지식의 위기를 초래하였다. 니콜라스 카는 인터넷을 통한 독서는 더욱 분할되고, 조각나며, 분절된 것으로. 종이책의 선형적 독서에 반드시 요구되는 ‘집중력’ 대신에 이른바 ‘hyper attention’을 요구한다고 하였다. 이 개념은 젊은 세대에서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인지태도를 가리키는 언어로 주의를 기울이는 시간이 짧고 강한 자극을 주는 멀티 미디어환경과 밀접하게 관련된 새로운 인지형태이다.
그렇다면 하이퍼텍스트는 인간의 사고 능력을 퇴화시키고 지식생태계의 몰락을 가져올 것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앞서 2400년 전 문자의 발명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전언을 상기해 보자. 소크라테스는 제자 플라톤이 쓴 ??파이드로스??에서 당시 유행하던 글쓰기를 이렇게 불신했다. "글쓰기는 망각을 초래하고, 사람들은 자체 기억이 아니라 (외부의) 표시에 의존하게 된다.…글 쓰는 이는 많이 아는 양 생각하지만 사실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이미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인간이 자신의 기억을 신체가 아닌 다른 매체에 저장하는 것에 대한 불안은 시작되었다.
벤클러는 인터넷 네트워크 등장으로 시장적 환경이 아닌 채로 지식과 문화를 사회적으로 생산하는 협업적 공유의 동료적 생산 방식이 출현했다고 주장한다. 컴퓨터와 커뮤니케이션 기술 발달이 시장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어 생산과 공유를 더 효율화하여, 전통적 기업의 수직적 구조가 아닌 자발적이며 수평적인 종료적 생산이 출현했다는 것이다. 그는 진보한 경제에서의 생산 모델에서 사회 세력의 핵심인 개인의 역량과 자율성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노력에 대한 시장적 대가가 없어진 상황에서 기여를 통한 개인의 심리적 보상이나 타인의 칭찬, 사회적 연결성 등과 같은 개인적 동기가 보이지 않는 손이 된다고 설명한다. 이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은 산업혁명 이후 처음으로, 고도로 진보한 정보 경제에 형성되고 경제 활동의 핵심이 되는 가장 중요한 생산수단을 대다수의 사람들이 소유하게 되었기 때문에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물론 오늘날 네트워크-공간들을 채우고 있는 것들은 대부분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넘치는 것들이 아니라 온갖 종류의 데이터들을 버무려 만들어 낸 정체불명의 혼합물이다. 그것은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기존의 것들을 적당히, 그리고 더욱 집요하게 우리의 감각적 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 형태로(정보 생태계에서 생존해야 하므로) 단순 변형시킨 것들이다. 그러나 디지털 지식생태계가 이제 막 시작되었고, 그래서 아직 정보생태계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데이터가 정보가 되고 정보가 지식이 되며 지식을 통해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그 공간의 주인인 우리가 더욱 똑똑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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