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의회가 의원들이 지역구나 상임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재량껏 사용할 수 있는 재량사업비 편성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전북도의회는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동료의원의 부적절한 처신에 깊은 유감을 표 한다”며 “오늘 임시총회를 열어 재량사업비를 편성하는 데 의원들이 관여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도의회 재량사업비는 총 190억원 가량으로 의원당 5억5000만원 꼴이다. 황현 도의회 의장은 “재량사업비를 법과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사용되도록 청렴교육과 연찬회 등을 수시로 하는 등 분위기 쇄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재량사업비는 의원 활동과 지역민 민원에 따라 이뤄지는 순기능도 있지만 이번처럼 리베이트를 받는 부작용도 있다.

△차라리 모두 공개하자=도의회 임시총회에 참석한 의원들 가운데 이번 기회에 재량사업비를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도의회는 “구체적인 사업을 공개할 경우 지역 주민과 지역간 갈등도 우려 된다”며 향후 충분한 논의를 거쳐 공개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의원 재량사업비 공개여부는 결국 의원의 역량 등과 연결돼 있어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 도내 한 기초의회에서도 공개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으나 끝내 용두사미형식을 마무리됐다.

하지만 재량사업비가 잊을 만하면 터지는 사안이기 때문에 이번기회에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재량사업비를 많이 쓴 의원이 유능하다는 유권자의 인식이 자리하고 있지만 이번기회에 이런 사슬조차 끊어버리자는 것이다.

재량사업비의 원초적 문제는 무보수 명예직으로 시작한 광역과 기초의회 출발에 있다. 국회의원은 후원회를 둘 수 있지만 광역과 기초의원은 후원회를 둘 수 없는 제도적 한계로 금전적 유혹에 쉽게 넘어 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량사업비 명암=전주지검은 도의회 재량사업비를 수사하면서 도내 지자체에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재량사업사업 내역을 모두 받은 것으로 알려져 수사가 확대될 수도 있다.

전북도의회는 주민숙원사업비 편성을 모두 집행부에게 위임하겠다고 했다. 전북도의회 일부 의원들은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는 행정에서 미치지 못하는 민원 현장을 방문해 이를 신속하게 해결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일부 의원들은 “지역 활동을 하다보면 많은 민원과 접촉할 수밖에 없다”며 “현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민원은 즉석에서 가능했던 장점도 있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정활동과 관련한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이번 사건처럼 업자와 결탁해 뒷돈을 받는 문제는 관련규정을 엄격하게 해도 다시 일어날 개연성은 충분하다.

재량사업비는 그동안 꾸준하게 의원 개인의 선심성 예산이라는 부정적 시각과 업자 유착의혹 등이 제기돼 왔다./장병운기자․ar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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