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29일 이후 매주 토요일이면 전주를 비롯해 전국을 밝히는 촛불은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파 속 성탄전야에도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9차 촛불집회 참가자 수는 900만명(주최측 수산), 도내에선 7만명에 육박했다. 추운날씨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시위에 규모가 줄었지만 촛불민심은 흔들림이 없다.

올해 마지막 날인 31일 또 한 번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있어 연인원 참가자 1000만명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일상에 쫓겨 정치에 무관심했던 시민들의 참여는 기득권화 되 가고 있는 정치권에 개혁과 혁신이라는 과제를 주고 있다.

촛불은 이제 ‘겨울 명예혁명’으로까지 명명하게 됐다. 이처럼 직장인과 대학생, 주부와 아이들까지 광장으로 나오게 된 것은 그동안 경제위기와 중산층 붕괴, 빈부 양극화, 수도권 중심 등 사회모순이 현 정부이후 심화됐고, 아무리 노력해도 넘어 설 수 없던 벽 앞에서 좌절했던 젊은 층의 참여, 육아부담, 자녀교육, 조기명퇴 등 부모세대까지 직접 나선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아직도 촛불의 민심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4일 전주 관통로에 집회에 참여한 김혜지(35·송천동)씨는 “매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촛불을 들고 나왔다”며 “사회적으로 이미 경고음이 나왔는데도 정치권은 기득권 지키기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경필(52·효자동)씨는 “대학생 시절 독재타도 호헌철폐를 외쳤는데 이젠 대통령 하야를 외치고 있다. 그만큼 사회가 변하지 않은 것을 방증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하지만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민이 앞에서 이끈 촛불밥상에 정치권은 슬그머니 숟가락만 올린 형국이다. 특히 내년 대선이 빨라지면서 촛불을 이용하려는 세력조차 보이고 있다. 촛불민심이 즉각 탄핵을 요구할 때 정치권은 지지부진하다 역풍을 맞았을 뿐 아니라 여론까지 거둬들였을 정도다.

도내 전역의 촛불은 전북 국회의원과 정당에 기득권을 버리고 혁신과 개혁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으며, 진정한 ‘겨울 명예혁명’으로 끝나도록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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