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우리 국민들에게 익숙해진 부대찌개 요리는 아픈 사연을 담고 있다. 때는 1950년대. 당시 우리나라에는 한국전쟁 이후 들어온 미군 부대가 여러 곳에 산재해 있었다. 의정부도 그 중 하나였다. 미군은 헐벗은 우리 시선으로 보면 마치 외계에서 온 다른 종족처럼 보였다. 그들의 식생활은 특히 선망의 대상이었다. 배고플 때 얻어먹는 미군 전투 식량 시레이션은 물론이고 껌과 초콜릿, 햄, 소시지 등의 천상의 맛이나 다름없었다.
  급기야 미군 부대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미군들이 버린 음식들을 몰래 혹은 일부러 돈까지 치러가며 밖으로 빼냈다. 그 가운데 가장 구미가 당기는 것은 햄과 소시지, 고기 덩어리였다. 또 베이키드 빈스 즉 강낭콩 통조림도 색다른 것이었다. 비록 유통 기한이 지났거나 먹다 남은 것이었지만 굶주린 주민들에게는 더 할 나위 없는 음식이었다.
  문제는 온 식구가 먹기에 양이 모자란다는 점이다. 그래서 햄과 소시지, 고기에 물을 붓고 찌개로 끓여냈다. 느끼한 맛을 잡기 위해 김치와 채소들을 넣었다. 이렇게 끓여내니 그 맛이 기가 막혔다. 힘들었던 시절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먹는 찌개 맛은 그 어디에 비할 수 없는 진미 중 진미였다.
  이 음식은 처음에는 꿀꿀이죽이라는 유쾌하지 못한 이름으로 불렸다. 그러던 것이 유엔군에서 나왔다 해서 유엔탕,  한국을 찾은 미국 존슨대통령의 이름을 따 존슨탕으로 명명됐다. 또 미군 부대에서 유래됐다고 해서 부대찌개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 메뉴가 점차 확산돼가자 결국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부대찌개라는 이름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부대찌개가 한국을 찾는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로 떠올랐다. 중국의 1위 소셜커머스 회사인 메이투안덴핑의 자료에 따르면 방한 중국인들이 즐기는 음식 순위에서 2위 치킨과 3위 불고기를 제치고 부대찌개가 당당히 1위에 자리했다. 부대찌개가 삼계탕이나 비빔밥을 밀어낸 것도 대단한 일이다. 요식업계는 한류 드라마에 등장해 익숙한 데다 중국인 입맛에 맞는 조리방법을 개발한 것이 그 요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퓨전요리를 부대찌개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전통 맛과 미국 맛의 어울림이다. 1950년대 탄생한 이 음식은 고도경제성장기를 거치면서도 결코 없어지지 않고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다. 더욱이 이제 외국인들에게까지 한국 고유의 맛으로 어필한다니 이채로운 일이다. 다만 부대찌개가 담고 있는 아픈 현대사 기억을 되살린다면 우리에게는 쓴 맛도 감도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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