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의 철저한 반성 필요하다

우리나라 농업 연구 중추인 농촌진흥청의 총체적 부실에 대한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고유 업무인 연구 성과가 미흡한 것은 물론 공직자로서 기본자세가 결여됐다는 지적이 국감을 통해 나왔기 때문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농진청 본청에서 진행된 국감을 통해 직원들의 빈번한 도덕적 해이를 질타했다.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농진청이 수사기관으로부터 수사개시 통보를 받은 것만 해도 모두 59건에 이른다. 주목되는 것은 수사 사유다. 성매매, 강제추행 등 성범죄와 함께 상해, 폭행, 협박, 절도, 주거침입, 사문서 위조, 음주운전 등 다양하다. 국민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정부기관 공무원들이 이같이 많은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이 범죄 현황은 부진한 연구 실적과 맞물려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의원들은 4년 동안 R&D예산으로 2조2,000억원을 사용하고도 받은 기술료는 고작 100억원에 그치고 있어 투자 대비 형편없는 실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개발이 단 시간에 완료돼 상용화 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이 선뜻 이해하기는 어려운 실적이다. 이 같은 문제는 과제 수행 결과에서도 잘 나타난다. 농진청이 2013년 이후 6,501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총 8,731개의 과제 중 특허출원 및 등록은 25.9%, 기술이전은 30.6%에 그쳤다. 현장수요를 반영하지 못한 과제 수행으로 실적이 저조했다는 의원들의 비판은 당연하다.
특히 사회적으로도 논란이 뜨거운 GMO(유전자 변형)작물이 엉성한 안전관리로 농민들로부터 불신을 사고 있는 것도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생태계 교란 우려가 높은 GMO 작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요구된다. 국가기관의 관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 GMO 작물 자체에 대한 불신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시민환경단체로부터 견제를 받고 있는 GMO 작물에 대한 국가적 연구가 ‘안전과 신뢰’라는 기본적인 명제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 타격을 입는다면 불필요한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국감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엄중히 받아 들여야 한다. 철저한 반성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는 길만이 우리나라 농업의 자존심을 세우는 첩경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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