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이성적 동물이라고 한다. 합리적이고 지식에 근거해 추론하며 감정과 욕구를 통제하는 게 이성의 기능이다. 과연 그럴까. 천만의 말씀이다. 오히려 감정의 동물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이성은 무기력할 때가 많다. 이성에 대비되는 감정은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해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이다. 그런데 감정은 의외로 강력하다.
  감정에 대한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선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이성은 감정의 노예’라며 감정우위를 갈파했다. 월 스트리트에서 오랫동안 통용되는 속설은 바로 “시장은 두려움과 욕심이라는 두 가지 감정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경영 컨설턴트 스튜어트 다이아몬드는 비즈니스 전선서 이 감정을 잘 다뤄야 한다며 “효과적인 협상을 위한 전략의 하나로 상대방의 감정에 신경을 쓰는 ‘감정적 지불’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공감과 사과 등으로 상대의 감정을 살피라고 강조했다.
  요즘 뜨고 있는 행동경제학도 합리적 인간이라는 전통 주류 경제학의 가정을 부정하고 오히려 감정의 원리가 인간의 경제활동을 상당 부분 지배한다고 보고 있다. 물론 제한된 합리성이라고 해서 아예 인간의 합리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류 경제학이 철저히 배제하는 인간의 감정이 경제활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증명해보였다.
  그렇게 감정이 인간을 움직이는 데 큰 영향을 주는 만큼 각 분야에서 이에 대한 응용연구가 활발한 것도 사실이다.
  최근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는 일본의 노벨상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도네가와 스스무 교수 등 미국과 일본 합동 연구팀이 낸 논문을 실었다. 이 논문은 쥐의 뇌 속 기억영역 세포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실험을 통해 감정을 바꾸는 게 가능하다는 주장을 담았다. 즉 뇌 속 신경세포를 조작해 상대에 대한 호감과 비호감 감정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기억에 직접 접근함으로써 인공적으로 상대를 좋아하게 하거나 싫어하게 만들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만약 이런 기술들이 실용화 된다면 아주 무서운 세상이 될 것이다. 조지 오웰의 암울한 미래 예측 소설인 ‘1984’가 허구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행동경제학과 마케팅 등에서 감정의 원리를 충분히 활용하는 상황이다. 교묘한 감정전략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개인들은 감정 조절의 힘을 갖추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 감정을 만드는 장본인은 바로 나라는 점을 잊지 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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