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시집도 마찬가지였지만, 결혼을 계획하고 있으면 시집을 내서 결혼을 안 하게 되고…시집가는 것과 시집을 바꾸었어요. 안한 건지, 못한 건지는 모르겠어요.”
  예전처럼 밝은 웃음으로 두 번째 시집을 펴낸 소감을 전하는 시인 김형미(38). 2010년 ‘산 밖의 산으로 가는 길’을 펴낸 지 6년만에  ‘오동꽃 피기 전’(시인동네)을 들고 나타났다. 이번 시집은 시인동네 시인선 54번째 책으로 나왔다.
  전통을 바탕으로 독특한 서정세계를 빚어온 그의 작품은 한국 서정시의 불멸의 전통을 세운 김소월의 시를 떠올리게 한다.
  출판사는 책 소개를 통해 ‘김소월이 깊은 서정을 길어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시론 '시혼'에서 설파했듯이 세계와 마음의 그림자(음영)를 읽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형미 시인의 시편들을 읽으면 이 '시혼'의 전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삶의 그림자가 죽음이라면, 이 죽음과 삶의 얽힘이 바로 사랑과 슬픔으로 뒤흔들리는 우리네 삶의 안쪽을 형성한다. 김소월 시인이 사랑이 지니는 비극적인 면모를 드러내며 삶의 오의를 드러냈다면, 김형미 시인은 인간의 전존재를 견딜 수 없을 만치 뒤흔드는, 사랑의 슬픔이 삶에 드리운 그림자를 여실히 그려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시집에는 표제작인 ‘오동꽃 피기 전’ 등 60편의 시가 4부로 나뉘어 실려 있다. 여기에 등단 작품도 같이 실려 있어 16년 시인 여정의 넓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시집은 첫 시집에 비해 쉽다(?). ‘산 밖의 산으로 가는 길’은 그가 시를 공부하면서 시도했던 실험적인 요소가 많았다. 반면 ‘오동꽃 피기 전’은 시 공부를 통해 걸러진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 자신도 “시집을 읽어 본 독자들 반응도 더 좋다”며 “내가 (작품에)만족하면 읽는 사람도 똑 같은 반응이 나온다. 그래서 내가 만족하는 작품을 내놓으면 독자도 만족한다는 틀 속에서 시를 쓴다”고 말했다.
  첫 시집을 낸 뒤 그동안 어디서 어떻게 지냈느냐는 질문에 “강원도, 경상도 등 여러 산과 사찰을 다니며 재미난 경험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리고 조만간 경주 석굴암에 간다고 한다. 재미난 경험이 이번 시집에 얼마나 녹아 있는지 알아보는 일도 꽤나 즐거울 것 같다.
  시인은 부안 출신으로 2000년 진주신문 시 부문과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2003년 ‘문학사상’ 신인상 시 부문에 당선됐다. 2011년 제6회 불꽃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전북작가회의 회원.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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