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내용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대사습은 크게 경연과 공연으로 나뉜다. 행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경연(전국대회와 학생대회)의 경우 이사장이 대회를 책임지는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고 사무국장과 과장이 참가자 접수부터 정산까지 행정 관련 실무를 보는 등 여러 주최‧주관처 가운데 (사)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이하 보존회)가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경연의 실질적인 집행부인 셈인데 이들의 생각과 의지에 따라 대회의 방향과 내용, 수준이 달라질 수 있고 무엇보다 실력을 겨루는 민감한 자리인 만큼,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요건은 공정성과 투명성일 것이다.

어느 한 쪽으로도 기울어짐이 없는 균형감과 다르거나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함이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보존회는 현재 30여명의 이사진과 200명가량의 회원으로 이뤄져 있다.

회원은 보존회의 취지에 찬동하며 이사회의 승인을 얻은 이들로 국악인을 비롯해 애호가, 일반인 누구나 가능하다. 연관행사와 1년에 한 번 개최되는 정기총회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이들 중 정기총회에서 추천받은 이들이 이사고 선거를 통해 뽑히는 게 이사장이다. 이사장은 집행위원장으로 권한이 막중하고, 이사들은 대사습 심사위원 선정부터 운영방침까지 관련 업무 전반을 협의하는 자들로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이사장과 이사들이 대사습 경연을 꾸려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나 위에서 언급한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균형감과 유연성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수석부이사장과 부이사장, 상임이사를 포함한 이사진을 보면 판소리와 기악, 무용, 궁도, 민요 분야 실기인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이는 전문성을 지녀야 하는 단체 특성상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인다.

반면 판소리 특정 유파에 몰려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확인 결과 30여 명 중 판소리 부문이 10명을 웃돌고 그 중 한 유파가 8명 안팎에 이르는 등 장르 중에서는 판소리가, 유파 중에서는 하나가 가장 많았다. 지역과 인물에 따른 유파가 여럿 존재함에도 일부가 절반을 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임기가 길다는 것도 논란 중 하나다. 현 이사장은 전 이사장이 다 채우지 못한 2년을 포함, 자신의 임기 4년까지 모두 6년을 일할 예정이다. 1회 연임이 가능하다는 조항에 따라 재선출 시 10년을 맡게 된다.

이사들은 이사장과 마찬가지로 4년 간 직을 소화하지만 이들에게는 연임제한규정이 없어, 특별한 문제가 없고 스스로 원한다면 지속적인 참여가 가능하다.

특정 유파의 비대함과 장기집권이 문제로 직결되는 건 아니나, 다른 입장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고 자신들의 생각이 강해지는 반면 그 외 것들에 대한 이해의 폭은 좁아져 ‘그들만의 리그’가 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악인 A는 “대사습은 대동소이하다. 늘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회원이나 이사들을 봐도 계보가 한정적이다. 다른 분야의 참여도 적고 연령대도 높다. 고인 물은 썩기 쉽다”면서 “진부한 얘기라고 할지 모르나 모든 게 조직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건 너무도 당연하고 중요한 얘기다. 단체가 건강해야 그들이 하고 있는 사업이나 행사도 건강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털어놨다.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건 이 때문. 다채로운 유파와 종목, 연령, 지역을 아우르고 이사장직 연한을 줄이거나 이사 연임을 제한하는, 다양한 이들의 의사가 공존하고 구성원이 수시로 순환되는 열린 구조를 취하자고 입을 모은다.

수상을 이유로 돈이 오갈 시 대사습 차원의 처벌이 미비한 것도 아쉽다는 입장이다. 경연자가 경연절차나 심사결과에 대해 대회 품위를 심각하게 손상시키는 언행을 할 시에는 패널티가 있지만 뇌물 관련해서는 별다른 규정이 없는 상황.

경연자와 심사위원, 집행부를 막론하고 뇌물을 주는 이나 요구하고 받는 이 모두가 본 대회에 몇 년 간 참가할 수 없다거나 수상 결과를 백지화하는 식의 구체적이고 명확한 처벌조항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건 집행부의 의지다. 국악인 B는 “과거 어느 대회에 심사하러 갔더니 주최 측이 인사와서는 ‘깨끗하게 키워보고 싶다’ 하더라. 그 마음이 느껴지고 감동적이더라. 담합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있더라도 다른 이들이 막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 주최 측이 확고하니까”라고 전했다.

이어 “요즘이 어떤 시댄가. 세상은 변하고 있다. 저렇게 해야만 살아남는다. 수장이 어떤 마인드를 가지느냐가 제일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시비를 지원하고 있는 전주시 관계자는 “작년부터 청중평가단과 뇌물 처벌에 관한 내용들을 고민했으나 시간이 부족해 밀어붙이지 못했다”면서 “정부의 문화창조융합벨트의 일환으로 전주는 전통문화벨트를 계획 중이고 그 중심에는 대사습의 국가무형문화재와 대사습이 있는 만큼 권위를 지키고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법을 적극 고민하겠다”고 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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