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이하 대사습) 뇌물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대사습을 비롯한 각종 경연에서 일어나고 있는 잘못된 관행들에 대한 증언들이 잇따르고 있다.

27일자 본보에서는 지난해 대사습 판소리 명창 부문 출전자 정 씨와 심사위원 이 씨 간 돈이 오간 것과 관련해 검찰 조사 중이며, 여기에는 대사습놀이보존회 관계자 A씨가 깊게 관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도내 국악계와 지역문화예술계 인사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대사습은 물론 여러 국악대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슷한 현상들에 대해 전했으며, 많은 부분 심사위원들과 관계돼 있다고 증언했다.

문화예술기획자 B는 “대사습만 보더라도 심사위원 대부분이 내로라하는 명창 및 전문가들이다. 이들의 평가만으로 참가자들의 운명이 결정되고 명성만큼이나 제자나 지인이 많다는 걸 생각해보면 절대 권한이다. 공정성이 떨어지기 쉽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런 게 싫어서 심사를 안 맡는 분들도 있고 심사위원 중 거부하는 이들도 물론 있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당연시돼 왔으며 과반수만 뜻이 맞아도 뜻대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게 허점”이라고 했다.

상금은 수상자의 몫이 아니며 상금을 뛰어넘은 자비가 든다는 공공연한 소문 뿐 아니라, 수상을 두고 치밀하게 계획된 현금거래 이른바 ‘세팅’과 심사위원과 출전자를 잇는 ‘브로커’가 통용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악 관계자 C는 “세팅의 경우 뜻 맞는 심사위원 일부가 모여 당선 후보군을 정한 다음 그들에게 브로커를 보내 인사하라 즉 돈을 달라 제안하고, 수상자는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받으면 적당히 나누는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예술기획자 D도 “요새는 딱 1명 지정하기보다 후보군 3명 정도에게 (상 받고 마음이 변할 수도 있으니) 미리 돈을 받아놓고 안 된 사람에게는 전부든, 10%를 떼고든 돌려준다”면서 “안 돌려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C는 이어 “어떤 대회에서는 심사위원들이 끝나고 합의된 인사(돈)를 기다리고 있는데 수상자가 그냥 가 버리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정당하지 못한 약속이니 법적 절차도 밟지 못했을 것”이라고, D는 “수상 후 사례를 요구받은 이도 있었다”고 사례를 전했다.

그들은 “예전에는 실력이 안 되는 사람도 대상이었으나 불협화음이 잦자 잘 하는 사람 위주로만 꾸리는 등 레이더망에 안 잡힐 정도로 지능화되고 있다. 안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게 사실 더 문제. 해결할 여지가 없지 않느냐”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제자 밀어주기’도 만연하다는 게 중론이다. 국악 관계자 E는 “심사할 때 대 놓고 ‘이번에 내 새끼(제자) 나왔네’라고 언급하는 이들이 있다. 이건 누구 새끼, 저건 누구 새끼라는 말도 심심찮게 오간다. 이렇게 되면 심사회피제가 무색해진다. 일정 부분 대가도 있을 것”이라며 “대사습의 경우 참가자 접수를 마감한 다음 심사위원을 정하지만 그럼에도 회피제가 적용되는 경우가 있다”고 꼬집었다.

B는 “도제방식으로 배우다 보니 어느 집단보다 제자, 스승, 분야 간 긴밀하고 자기 쪽에서 사람을 내야 한다는 압박도 심하다”면서 “대회는 물론 국악계 결국 스스로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일이지만 당장 나한테 다가오는 일이 아니다보니 경각심이 떨어지는 거 같다”고 분석했다.

심사위원 유출에 대한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E는 “주최 측이 일정을 조정 및 확인하려고 선정된 위원들에게 미리 연락하는 건데 그 정보가 새어나가는 경우가 있다”면서 “내가 올해 경연자로 나서는데 심사위원이 누군지 알게 됐다면, 더군다나 아는 사람이라면 가만있긴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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