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대기업 SK그룹 계열사인 SK엔카가 직영으로 판매하는 중고차량에서 허술한 점검으로 인한 피해가 잇달아 발생해 소비자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소비자에게 무상수리 약속을 번복하고 멋대로 파기하는가 하면, 관련법에 명시된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처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본사의 지점관리에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A씨는 최근 SK엔카에서 직접 운영하는 경기 ‘ㅇ’ 지점을 통해 3년가량 된 4000만원에 달하는 중고차를 구입했지만 ‘번지르르한’ 대기업의 광고에 낭패를 봤다. 매매계약서의 잉크도 마르기 전인 사흘 만에 하부 방음커버가 엔진과 미션 주변으로 흥건히 젖어있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는 “곧장 굴지의 차량제조사인 M사 공식서비스센터를 통해 실제 엔진 하부에 검은 찌꺼기가 눌어붙어 있었고 미션은 누유도 모자라 수리한 흔적을 확인했다”며 “하부커버만 떼어내면 육안으로도 금방 확인이 가능한 주요부품 누유조차 놓치고 고지도 해주지 않았는데도 믿음과 신뢰를 내세우며 판매하는 행태를 볼 때 이중적이고 뻔뻔한 대기업의 민낯을 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본사는 SK엔카 협력업체에서 진단받은 문제부품의 교환을 약속했지만, A씨에게 전혀 알리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취소한 상태다. A씨는 현재(13일) 본사는 물론, 해당 지점에서 무상수리와 관련해 며칠째 연락을 받지 못하는 ‘황당한’ 불편을 겪고 있다.

B씨도 지난해 말께 SK엔카 한 직영매장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2011년에 생산된 기아 스포티지R 차량을 구입한 B씨는 이틀 만에 엔진 좌측에 누유가 발생하고 있는 것을 차량제조사 서비스센터를 통해 확인했지만, 제조사 무상보증을 이용하라는 안내와 함께 수리과정에서의 불편에 대한 보상 한 푼 받지 못하고 분을 삭여야 했다.

13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년간 접수된 중고차 매매 관련 소비자 피해 총 843건 가운데 중고차 성능 점검 내용과 실제 차량의 상태가 다른 경우가 651건(77.2%)으로 가장 많았다. 세부적으로 ‘성능 및 상태 불량’이 333건(39.5%)으로 최다다. 성능 및 상태 불량 유형 중에는 오일 누유(91건)가 가장 많았다.

이처럼 중고차 성능이 실제와 다른 경우가 빈번하면서 일반 소비자들은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중고차 판매업체를 선호하고 있다. SK엔카 전국 직영매장이 전체 중고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30%에 육박하고 있는 게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SK엔카 직영 본사는 자사 직영몰 홈페이지와 각종 광고를 통해 18단계로 나눠 115개 항목을 진단하고 보증한다고 내세우고 있다. 일반 소비자는 보기 힘든 하부 등은 물론, 전문 장비인 스캐너로 진단하고 있다고도 밝히고 있다.

▲ SK엔카 직영몰 공식 홈페이지 캡쳐

하지만 정작 출고된지 며칠 되지도 않아 차량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품의 누유가 발생하고, 수리여부에 대한 안내도 적극적인 판매광고와 달리 인색한 실정이라고 구입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더욱이 차량의 중요부위인 뜨거운 엔진 등에 누유가 발생하면 이물질에 각종 찌꺼기가 눌어붙으면서 가연성 물질이 돼 화재로도 이어져 안전운행에 치명적이라는 게 김필수 대림대 교수 등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에 대해 SK엔카 직영 브랜드마케팅팀 관계자는 “차량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과잉정비 등의 이유로 본사와 제휴된 정비업체로 안내하고 있다”며 “중고차 특성상 누유는 발생할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승석기자 2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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